배달앱 수수료 규제 논의, 소비자·배달기사까지 고려한 종합적 접근 필요

2025.09.22
배달앱 수수료 규제 논의, 소비자·배달기사까지 고려한 종합적 접근 필요

디지털플랫폼 업계의 핵심 쟁점인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단순한 상한제 도입보다는 생태계 전체 참여자를 아우르는 다면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정보통신정책학회가 22일 개최한 '디지털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관점' 주제 세미나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 논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총 18건의 플랫폼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며, 이 중 3건에서 수수료 상한제 내용을 담고 있다.

류민호 동아대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를 단순한 통행세나 자릿세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플랫폼이 제공하는 유무형의 가치 묶음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접근성 확대, 기술 인프라 지원, 마케팅 도움,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 검토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뉴욕에서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한 결과, 당초 목표였던 영세 음식점 지원 효과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더 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 음식점들은 자체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 접근성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토론 과정에서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부각됐다. 권현지 서울대 교수는 "배달기사 단체들이 6월 이후 수수료 상한제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이라며 "플랫폼 수익성 악화가 결국 기사 배달료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 측면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옥경영 숙명여대 교수는 "입점업체의 비용 부담 완화가 소상공인 보호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플랫폼 손실이 서비스 품질 하락과 소비자 부담 전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무료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실제 배송비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제기됐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수수료 규제가 수익 모델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신규 투자 위축과 창업 생태계 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현실을 반영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배달앱이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 필수 수단이 된 상황에서 광고비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체감 수수료율이 30% 수준에 달한다"며 "총수수료 합계 기준을 명확히 하는 현실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성급한 규제보다는 상생 협의체 활성화를 통한 자율 조정 방안을 제안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생태계 개선이라는 공동 목표하에 수수료 조정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박사는 "민간기업의 가격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만큼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온라인플랫폼법, 외식산업진흥법, 소상공인법 등 관련 법체계 간 정합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