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주요 시중은행 근로자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전면파업에 나선다. 주4.5일 근무제 시행과 급여 5% 상승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평균 급여가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금융권 종사자들의 파업 예고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은 차갑다.
금융노조는 올해 3월 산별중앙교섭 요구사항을 제출한 후 사측과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주요 요구조건들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번에 걸친 조정 과정에서도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1일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94.98%의 찬성률로 파업을 최종 결정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지난 16일 파업 결의대회에서 "4.5일제는 단순한 휴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신적 고통과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는 직장 동료들을 위한 절규"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으로 조정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면 서비스가 중요한 은행업의 특성상 근무시간 축소가 고객 불편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70%가 지점 방문을 통해서만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는 2020년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고 있다.
급여 삭감 없이 근무시간만 줄일 경우 시간당 기본급이 상승하면서 각종 수당과 퇴직금도 함께 증가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도 사측의 주요 우려사항이다. 금융업무의 연속성과 신속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근무일수 감소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시중·특수·지방은행 직원 10만9625명의 연간 급여 총액은 12조3147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1200만원에 해당한다. 이는 전 산업 5인 이상 사업장 평균 연봉 5338만원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5대 은행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하나은행 1억2000만원, 신한은행 1억1900만원, KB국민은행 1억18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고 발생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5대 은행의 금융사고 피해 예상액은 2269억9800만원으로, 작년 전체 피해액 1774억3600만원의 1.3배에 달한다. 반면 은행권의 신입사원 채용과 지점 수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4대 은행의 신규 채용 규모는 1220명에 그쳤으며, 5대 은행 지점 수도 1년 8개월 사이 177개가 줄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한정애 정책위의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금융산업 노사가 극단적 대립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한 대화를 진행하길 바란다"며 주4.5일제 도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 파업이 진행될 경우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의 금융권 총파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