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최근 만남을 가진 글로벌 자산운용업체 블랙록이 한국 증권시장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CXO연구소가 24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블랙록이 국내 기업들에 대해 5%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는 투자 종목들의 총 평가액이 37조769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 등 계열사를 통해 공개된 투자현황을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해당 금액은 23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이는 동일 시점 국내 증시 총 시가총액 3332조원 대비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분석 결과 블랙록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국내 상장기업은 총 10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 보유분이 25조4431억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주식 3억39만1061주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분율 5.07%에 해당한다. 흥미롭게도 이 규모는 이재용 회장 개인 보유분 8조2509억원의 3배를 상회하며, 삼성가 전체 구성원들의 합산 보유액 24조5993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업계에서도 블랙록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국내 주요 4개 금융그룹 지주회사 모두에서 5%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하나금융지주 6.43%, 우리금융지주 6.07%, KB금융 6.02%, 신한지주 5.99%의 지분율을 기록했다. 이들 금융주에 대한 투자가치는 각각 1조6393억원, 1조1929억원, 2조8908억원, 2조315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 계열사에서는 전자 부문 외에도 삼성SDI(5.01%)와 삼성E&A(5%)에서 기준치를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IT 대표기업인 네이버(6.05%), 철강업계의 POSCO홀딩스(5.2%), 생활가전 업체 코웨이(5.07%) 등도 블랙록의 주요 투자대상에 포함됐다.

투자가치 순위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다음으로 KB금융이 2조8908억원, 네이버가 2조215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POSCO홀딩스 순으로 조 단위 투자규모를 보였으며, 나머지 3개 종목도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가치를 나타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블랙록은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메가 플레이어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일반적으로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는 대주주 측이 3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20% 정도에 그치고 있어 블랙록 같은 대형 투자자를 우호세력으로 관리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22일 뉴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공지능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양측은 AI와 신재생에너지 영역에서의 협력 확대방안을 담은 양해각서 체결에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