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우려스러운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집값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특히 성동구와 마포구를 중심으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9월 3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12% 올라 2주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6·27 부동산 규제 조치 이후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2주 연속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상승폭이 커진 반면 감소한 곳은 7개에 그쳤다.
특히 올해 초 서울 부동산 시장 급등을 이끌었던 '한강벨트' 지역인 성동구와 마포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성동구는 전주 대비 0.41% 오르며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마포구도 0.28%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성동구가 9주 만에, 마포구가 10주 만에 기록한 최고 상승률이다.
신고가 거래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84㎡가 25억 3천만원에, 응봉동 신동아 76㎡는 10억 7천만원에 매매되는 등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에서도 강변한신코아 83㎡가 12억 6천만원에, 성산시영 50㎡는 12억 5900만원에 거래되며 새로운 최고가를 써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용산구와 달리 아직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성동구와 마포구에서는 여전히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가 국토교통부 장관의 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들 지역이 조만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17일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허구역 지정을 내년 말까지 1년 3개월간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성동구와 마포구는 이번에도 제외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지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실거주 조건이 붙는 토허구역 지정 이전에 서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현장 증언도 나오고 있다. 성동구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20여 건의 계약이 체결됐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6·27 대출규제의 효과가 거래량 감소 측면에서는 지속되겠지만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금 보유자들이 대출 한도에 맞춰 매수를 이어가면서 규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것이다.
토허구역 확대가 근본적인 집값 안정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광범위한 토허구역 지정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심화시키고 지역 간 가격 격차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의 거래 위축 효과는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