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19일 전 세계에서 아이폰17 시리즈 공식 판매를 개시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을 찾아보기 어려워 애플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전 도쿄 오모테산도 매장 앞에는 약 40명의 소비자가 몰렸지만, 이는 전작 출시 때와 비슷한 규모에 그쳤다. 더욱이 줄을 선 고객들 중 상당수가 높은 가격 때문에 구입을 주저하거나 아예 무선 이어폰만 구매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본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46.4%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지만, 1년 전 대비 6.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러한 하락세의 배경에는 경쟁 업체들의 혁신적인 제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8월 선보인 갤럭시Z 폴드7은 접었을 때 두께가 8.9mm로 전 모델보다 26% 얇아졌으며, 이는 아이폰17 프로의 8.75mm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갤럭시Z 폴드7 판매량은 이전 모델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에는 전날 밤부터 150여 명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으며, 1번 대기자는 10시간 넘게 기다려 1호 구매자가 되었다. 매장 곳곳은 신제품을 체험하는 고객들과 외국인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이날 뉴욕 매장에서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격 정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가격 상승은 전혀 관세와 연관되지 않았으며, 소비자 가격에 관세가 반영된 부분은 없다"고 단언했다. 아이폰17 프로가 100달러 인상된 것에 대해서도 저장 용량 확대에 따른 조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AI 혁신 부재 논란에 대해서는 "아이폰 전반에 걸쳐 이미 인공지능이 적용되어 있으며, 다만 우리가 그렇게 명명하지 않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다른 업체들처럼 AI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제품 자체의 완성도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출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기본형이다. 그동안 프로 시리즈에만 적용됐던 120헤르츠 주사율과 256GB 저장 용량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129만원으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 3사의 사전 예약 결과에서도 프로 모델과 함께 최고 인기를 기록했다.
새롭게 등장한 아이폰 에어는 5.6mm의 초슬림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배터리와 카메라 성능에 대한 우려로 예상보다 수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아이폰17 출시일에 맞춰 갤럭시 S25 FE를 공개하며 94만6,000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으로 대응했다.
국내 부품업계는 이번 출시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모든 모델에 LTPO OLED 패널을 공급하며,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독점 납품한다. 애플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업체에게는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JD닷컴에 따르면 출시 첫 1분간 예약량이 전작 첫날을 넘어섰고, 교환 판매도 4배 증가했다. 이는 화웨이, 샤오미 등 현지 업체에 밀려 10% 수준으로 떨어진 점유율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판매 호조 소식에 힘입어 3.2% 급등한 245.5달러를 기록했다. JP모건은 목표가를 255달러에서 28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강한 수요를 근거로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2% 하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를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