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일방적 취소해도 환불은 거부…해외여행 피해구제 4089건 중 절반 이상 보상 무산

2025.09.21
여행사 일방적 취소해도 환불은 거부…해외여행 피해구제 4089건 중 절반 이상 보상 무산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행사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과 환불 거부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를 당한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해외여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4089건에 달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1년 202건, 2022년 309건으로 감소했던 신청 건수는 엔데믹 전환 이후 2023년 786건, 작년 988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8월까지만 733건이 접수되어 연말까지 2020년 최고치인 1071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분쟁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해지, 위약금, 계약불이행, 청약철회 등 계약 관련 문제가 3539건으로 전체의 86.5%를 압도적으로 차지했다. 뒤이어 품질·애프터서비스(220건), 부당행위(123건), 요금·이자·수수료(75건), 안전(55건), 표시광고·약관(41건)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피해 사례들을 보면 여행사의 일방적 행태가 두드러진다. 현지에서 약속된 관광 일정을 시간 부족을 이유로 임의 취소하면서도 부분 환불을 거부하거나, 소비자가 건강상 이유로 몇 달 전 여행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또한 계약서상 전액 환급이 가능한 시점에 상품을 취소했음에도 각종 수수료를 공제하거나, 항공사의 항공편 취소로 여행이 무산됐는데도 발권 수수료만 제외하고 환급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피해구제 신청이 많은 업체로는 하나투어(346건), 모두투어네트워크(289건), 노랑풍선(273건), 참좋은여행(199건), 교원투어(194건) 등 대형 여행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피해구제 신청의 처리 결과다. 전체 4089건 중 배상, 환급, 계약해제 등으로 당사자 간 합의에 도달한 경우는 1716건(42%)에 그쳤다. 나머지 2336건(57%)은 합의 불성립, 조정 신청, 소비자 포기 등으로 마무리되어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양수 의원은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악용해 여행업체들이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거나 부당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한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관계당국은 철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더불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