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추석 휴가가 7일간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명절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연장과 함께 물가 인상, 효도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추석 소비계획' 설문조사 결과, 올해 명절 총 소요 비용은 평균 71만2천3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5일 연휴 당시 56만3천500원과 비교해 14만8천800원(26.4%) 상승한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일 평균 소비액으로 환산할 경우 작년 11만2천700원에서 올해 10만1천800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체 소비액이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휴가 기간 확대보다는 품목별 가격 상승과 효도 관련 고정 비용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참여자의 62.4%가 작년 대비 소비 규모를 키울 예정이라고 응답했으며, 8.2%는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부모님 용돈 및 선물 비용이 38만6천100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54.2%를 차지했다. 이어 제사상 준비비(29만4천600원), 친척 및 조카 용돈(27만400원), 가정 식사비(24만7천200원) 순으로 집계됐다.
부담스러운 지출 항목을 묻는 질문에서도 부모님 용돈이 22.1%로 최고치를 기록해 금액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감도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명절 문화의 변화 양상도 두드러졌다. 휴가 활용 방안으로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쉬겠다는 응답이 46.8%로 가장 많아 전통적인 고향 방문(36.4%)을 상회했다. 국내 관광 계획(23.2%)이 해외 여행(5.7%)보다 4배 높게 나타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 우세했다.
참여자의 24%는 추가 휴가를 사용해 8일 이상 장기 휴가를 구상 중이라고 답했는데, 그 목적으로 충분한 휴식(49.6%)이 압도적이었고 국내 관광(32.5%), 가족과의 시간(29.6%) 순이었다.
제사상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 방식 고수는 13.3%에 불과했으며, 간소화(40.2%), 생략(23.5%), 가족 식사로 대체(22.7%) 등 86.4%가 변화를 추진한다고 응답했다. 간소화 이유로는 가사 노동 부담(44.5%), 경제적 부담(39.3%), 시간 부족(36.3%) 순으로 나타나 현대 가정이 명절 준비에서 삼중고를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간소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사상 관련 지출은 여전히 29만4천600원 수준을 유지해 실질적인 비용 절약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식품 가격 부담도 조사에서는 과일이 5점 만점 기준 3.94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육류(3.64점), 수산물(3.55점)이 그 뒤를 이었다. 과일의 경우 수입품 구매 검토 비율이 13.3%에 그쳐 "가격이 높아도 국산"이라는 선호가 강했다. 반면 육류는 22.5%가 수입품 구매를 고려한다고 답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타협 자세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86.0%가 긴 연휴로 인한 재정적 압박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부담감이 71.1%로 최고치를 보인 반면, 20대는 38.6%로 최저치를 기록해 경제 활동 핵심층에 부담이 집중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명절 문화가 개인화·다원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관계 유지를 위한 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화 캠페인과 주요 상품 원산지 점검을 실시하여 소비자 권익 보호와 합리적 소비 문화 정착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