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이 15일 공식 취임하며 '생산적 금융·소비자 중심 금융·신뢰 금융'을 축으로 한 금융 대개혁을 선언했다. 조직개편 논란 속에서도 미래지향적 금융정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 경제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며 "경제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고, 이를 주도하고 뒷받침할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업계가 "담보대출 중심의 용이한 방식에 편중되면서 부동산 편중과 가계부채 증가를 야기하고, 실물경제와 괴리돼 경제혁신을 적절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의 미래를 위한 금융의 대담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이 위원장은 "금융이 더욱 적극적으로 위험을 수용하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생산적 분야로 자금을 중개하도록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자금을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과 벤처·기술기업에 집중 투입해 민간자금의 마중물 기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계획과 연관해 "첨단전략산업과 연관 생태계에 전례없는 대규모 맞춤형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건전성 규제와 검사·감독 제도가 과도한 안정성 추구와 부동산 편중을 유도하지 않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모든 영역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으로는 "초대형 IB 육성 등 모험자본 확충과 코스닥시장 기능 강화 등 증시 구조 재편을 추진해 자본시장이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하겠다"며 "개정 상법의 정착과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으로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경영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했다.
두 번째 '소비자 중심 금융' 구축을 위해서는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 등을 통해 다양한 자금공급이 실현되고 금융부담이 경감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환에 애로를 겪는 연체자들에 대해서는 "대담하고 신속한 채무조정으로 경제적 복귀를 지원하겠다"며 "연체 관리·추심 과정의 불합리한 관행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금융상품 판매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실질적 사전 보호장치를 구축하고, 사후 구제장치와 분쟁조정 기능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번째 '신뢰 금융' 확립을 위해서는 "가계부채, 부동산 PF, 취약 주력산업의 사업재편 등 위험요인을 세밀히 점검·관리해 금융시장 안정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질서를 해치는 불법·불공정 행위에는 "주저없이 엄정 대응하며, 위법행위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해 '불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조직개편으로 동요하는 직원들을 향해 "그간 수많은 성과를 창출하며 주말·밤낮 가리지 않은 여러분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금융위에 대한 시장과 국민의 요구와 기대는 여전히 높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대관소찰(大觀小察·크게 보고 작은 부분도 살핀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취임식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은행연합회에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첨단산업 투자확대와 소상공인 지원 등 상생 금융을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