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분야의 국내 최고기업 명인제약이 설립 40년 만에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업설명회에서 "이번 상장은 오로지 성장과 신뢰를 위한 선택"이라며 일각의 승계 목적 상장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 회장은 "대주주 지분이 충분한 상황에서 단순히 승계만을 염두에 뒀다면 굳이 상장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해외 라이선싱이나 신약 공동연구, 전략적 파트너십 추진 과정에서 비상장사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걸림돌이 됐고, 우수한 인재 채용에서도 제약이 있어 상장을 결심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3~4년 이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혀 소유와 경영 분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1985년 창립된 명인제약은 '이가탄F', '메이킨Q' 등 일반의약품으로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실제 매출의 76.4%는 CNS 전문의약품에서 발생한다. 조현병·우울증·파킨슨병 치료제 등 200여 종의 전문의약품을 확보했으며, 이 중 31종은 독점 생산하는 단독의약품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2023~2024년 연속 국내 CNS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탄탄한 실적도 뒷받침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694억원, 영업이익 928억원을 기록하며 3개년 연속 3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창립 이래 단 한 차례도 역성장 없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점은 업계에서도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 7년간 외부 차입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현금성 자산만 477억원에 달해 재무구조 역시 매우 건전하다.
명인제약은 상장 이후 펠렛 제형 기반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발안 제2공장 부지 내 펠렛 전용 생산설비를 건설 중이며, 내년 시험가동을 거쳐 2027년부터 연간 2억5000만 캡슐 이상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해외 CDMO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약 개발 부문에서는 이탈리아 뉴론(Newron)사와 협력해 조현병 신약 '에베나마이드'의 국내 독점 권리를 확보했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2027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는 이 치료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상장사로서 기업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기 위해 제약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현재 20% 수준인 배당성향을 업계 최고인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이번 IPO를 통해 총 34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4만5000~5만8000원이며, 총 공모금액은 1530억~1972억원 규모다.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8468억원이다. 조달자금은 발안2공장 증축 및 팔탄1공장 설비 개선에 1085억원, 에베나마이드 개발에 350억원 등으로 배정된다. 수요예측은 15일까지 진행되며, 일반 청약은 18~19일 양일간 실시된다. 상장 예정일은 10월 1일이고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