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업체에 대한 초강력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공개하며, 반복적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업체에 대해 등록말소를 요청하고, 연간 3명 이상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는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만인율을 현재 1만명당 0.39명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0.29명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마련됐다. 정부는 법규 위반이 오히려 기업에게 유리한 현재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제재 방안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번 받은 건설업체가 재차 영업정지 사유를 발생시킬 경우, 노동부가 관련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등록말소 조치가 내려지면 해당 건설업체는 신규사업과 수주, 하도급 등 전체 영업활동이 차단된다.
또한 영업정지 요청 기준을 기존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완화하고, 사망자 수에 따라 현행 2∼5개월인 영업정지 기간을 확대한다. 건설업 외 타 업종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인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사유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징금은 사망자 수와 발생 빈도에 따라 차등 부과되며, 산재 예방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산재 예방보상보험기금'으로 편입된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법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산업안전을 전체 법인의 책임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대재해 위험이 금융권 대출금리와 한도, 보험료 등에 반영되도록 여신심사 기준과 대출 약정을 개편하고, 분양보증이나 PF 대출보증 시 안전도 평가를 도입해 심사를 강화한다. 근로자 사망으로 영업정지된 건설업체의 경우 선분양 제한과 분양 시점 강화 등도 검토한다.
상장기업은 중대재해 발생 시 즉시 공시하도록 의무화되고, 기관투자자들이 ESG 평가와 스튜어드십코드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중대재해 반복 발생 기업은 정책자금 참여와 산재보험기금 투자 제한 대상이 된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업이익 기반의 막대한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 등은 기업경영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임에도 산재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처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의 자율안전관리체계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중대재해 근절 의지를 담은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체 산재 사망의 80% 이상이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이주노동자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2028년까지 정부와 지자체 산업안전 감독관을 3천여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노사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