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개조 파생사업 성장 저해하는 韓 규제… "복잡한 인증체계 개선 시급"

2025.09.21
전기차 개조 파생사업 성장 저해하는 韓 규제… "복잡한 인증체계 개선 시급"

전기차 보급 확산과 함께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컨버전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반면, 한국은 복잡한 정부 인증체계로 인해 산업 발전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모빌리티산업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전기차 컨버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오토살롱테크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전기차 컨버전, 새로운 시장 열린다'를 주제로 관련 정책과 기술, 산업 현황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주요 선진국들이 2030년에서 2040년 사이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을 선언하며 점진적인 친환경차 확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친환경차 확산 목표 달성과 온실가스 절감 가속화를 위해 전기차 컨버전 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전기차 컨버전 시장은 2034년 310억 달러, 한화 약 4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분야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미국, 유럽과 비교해 여전히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컨버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사회적 수용성, 개조 대상 차량 한계, 관련 법령 미비, 소재·부품 공급망 부족 등을 제시했다.

특히 각국 정부 대비 진입 장벽이 높은 인증제도가 다양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핵심 걸림돌로 지목됐다. 김주용 라라클래식 대표는 "미국은 키트(전기차 개조 부품)의 안전성을 개별 확인하는 반면, 국내는 차종별 인증을 요구한다"며 "정부 안전 인증 통과를 위해 차종당 3억원에서 5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원 측면에서도 격차가 크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500달러에서 6000달러 또는 개조비용의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10%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유럽 역시 미국보다 엄격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풍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증 기준의 차이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는 개조 전기차에 신차 인증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미국은 연료 연소 배출 장치가 추가되지 않는 한 EPA나 CARB에서 별도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김 대표는 "인증 한 번에 3억5000만원이 소요되며 전자파 인증, 3000km 주행 테스트 등이 포함된다"며 "해외 정부들은 기본적인 것들만 확인하면 되는 구조여서 인증 비용이 크게 절약된다"고 비교했다.

탄소중립 관점에서도 전기차 컨버전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기차 보급 이전에 출시된 내연기관차를 감축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규제를 완화하고 전략적 대응을 한다면 클래식카 보존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이루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며 "전기차 개조 산업의 전망은 밝으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4%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성용 회장은 "현재 국내 개조전기차 사업 진행 업체는 10곳도 안 된다"며 "비용은 충분히 절감 가능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도적 지원과 안전성 인증 체계를 신속히 구축한다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한국교통안전공단 팀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민생과 밀접한 화물·승합차에 대한 제도적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컨버전 기술 고도화를 통해 튜닝제도를 활용한 안전성 인증과 상용화를 지원하고, 내연기관의 전기차 전환 관련 안전성 검증 기술 개발로 산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