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직면한 한국, 기준금리 인하 한계점 도달 시 금중대 등 대안 모색해야

2025.09.18
초고령사회 직면한 한국, 기준금리 인하 한계점 도달 시 금중대 등 대안 모색해야

인구구조 변화와 저출산 등 구조적 취약성으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를 경우,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같은 대출지원제도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초저출산으로 우리나라가 실효하한금리에 도달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효하한금리는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릴 때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한계선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한국의 통합정책체계 여정: 실효하한금리 시대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난해 말 계엄사태 이후의 정책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경기 침체로 금리 인하 압력이 컸지만,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환율 급등 우려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금중대를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선별적 지원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특히 자영업 부문 매출이 크게 감소했지만, 원화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금통위는 금리를 유지했다"며 "이는 선별적 정책 도구가 '크지만 둔한 도구'인 금리 정책의 제약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특성상 양적완화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므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평가절하를 예상할 경우 자본이 급속히 유출되어 대외 순채권국임에도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흑자도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양적완화의 경우 "실물경제 활성화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여 이미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한층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고유동성 자산을 시장에서 흡수하면서 담보 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계정을 보유하지 못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대출지원제도가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에 저리 자금을 제공하여 특정 부문에 대한 신용 공급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보다는 대출지원제도와 같은 준재정적 정책 수단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IMF가 이러한 접근법을 정책 도구에 포함할 만한지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운용할 때는 재정 우위나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중한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한도와 용도 제한, 출구 전략에 대한 사전 설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한 'K-점도표'라고 불리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유용성도 언급했다. 현재 6명의 금통위원이 향후 1년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점으로 표시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시도가 정착되고 공개 기간이 확대되면 실효하한금리 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본적으로는 실효하한금리 상황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실효하한금리 위험은 인구 고령화, 저출산 등 구조적 취약성에서 기인한다"며 "사후적 재정·통화정책 대응보다는 사전에 구조개혁을 통해 실효하한금리 상황 자체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캉드쉬 강연은 IMF가 회원국 중앙은행과의 협력 강화 및 통화정책·글로벌 경제금융 이슈 논의를 위해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최고위급 행사다. 이 총재는 이번 강연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잭슨홀 미팅, 유럽중앙은행 신트라 포럼과 함께 글로벌 중앙은행 3대 행사에 모두 참여한 총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