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브랜디' 운영기업 뉴넥스, 회생절차 개시 신청

2025.09.16
패션 플랫폼 브랜디 운영기업 뉴넥스, 회생절차 개시 신청

한때 유니콘 기업을 꿈꾸며 성장가도를 달렸던 여성 패션 전문 플랫폼 '브랜디' 운영회사 뉴넥스가 16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동대문 의류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며 급성장했던 이 회사가 결국 법정관리라는 최후 수단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뉴넥스는 이날 입점 판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를 통해 "법원의 관리와 감독 하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회생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측은 "사업 중단이나 폐업이 아닌, 안정적 운영 지속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현 수익구조로는 누적채무 해결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회계 자료에 따르면 뉴넥스의 재무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4년 말 기준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306억원을 기록해 완전한 자본잠식 상황에 놓여 있었다. 연간 매출액은 195억원으로 전년도 571억원에서 65% 급감했으며, 영업현금흐름 역시 마이너스 91억원을 나타냈다.

이러한 실적 악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공격적 진출이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격적 저가 전략을 앞세운 쉬인 같은 C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패션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기존 K-패션 플랫폼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지난 6월 브랜디의 월간 이용자 수는 25만8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감소했다. 반면 중국계 패션 앱 쉬인의 이용자는 220만명에 달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브랜디와 남성 전용 플랫폼 하이버의 월 결제액 합계도 28억원으로 2023년 6월 88억원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네이버와 산업은행 등 주요 투자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으며 유니콘 도약을 노렸던 뉴넥스였지만, 기업 가치는 2년간 92% 하락한 51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추가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경쟁 플랫폼들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과 MZ세대 고객층 확보 능력 앞에서 브랜드 경쟁력 부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뉴넥스 측은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히 안내했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발생하는 거래 대금은 정상 지급될 예정이며, 판매 서비스는 중단 없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회생채권 증가 방지를 위해 개시 전까지 신규 결제는 임시 차단 조치했다.

서정민 뉴넥스 대표는 자필 사과문을 통해 "신뢰를 지키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투명한 절차 진행과 판매자 권익 보호를 위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뉴넥스 사태는 작년 대규모 미정산 파동을 일으킨 티메프 사건과 올해 초 명품 플랫폼 발란의 회생신청에 이은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위기 사례로 기록됐다. 경기 침체와 해외 플랫폼 공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연쇄 구조조정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