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산하 생산회사들의 파업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 공장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 대미 관세 부담과 노사갈등에 더해 계열사 파업까지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생산계열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노동조합이 이날부터 주간·야간 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두 회사 조합원들은 완전 고용보장과 완성차업체 수준의 급여 및 인센티브를 요구하며 작업중단에 돌입했다. 자신이 사직의사를 표명하기 전까지는 절대적 고용안정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트라스 측은 회사가 월급여 7만8천원 증액안을 내놓았지만, 현대차 노사협의 결과인 월 10만원 인상폭과 격차가 있다며 파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모트라스 조합은 지난 7월 민주노총 총파업 때도 4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한 바 있다.
부분파업으로 핵심 부품의 시기적절한 공급이 어려워지자 현대차와 기아의 몇몇 공장도 가동을 멈추게 되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대부분 라인의 가동률이 하락한 가운데 몇몇 라인은 완전히 중단됐다. 모트라스는 현대차에 전자시스템이 포함된 모듈류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품·부품 재고를 극소화하는 '저스트 인 타임' 생산방식을 운영하고 있어 부품공급업체가 납품을 중단하면 즉시 생산라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의 완성차 제조도 지장을 받고 있다. 모트라스와 유니투스의 파업으로 광주 소재 3개 공장 중 1·2공장의 운영이 이날 오후부터 정지됐다.
1·2공장은 스포티지·쏘울·셀토스 등 일평균 1천여대의 완성차를 제조하고 있다. 그러나 부품으로 활용되는 전자시스템 모듈의 비축량이 감소하면서 생산라인이 정지되었다. 1톤 화물차를 제조하는 3공장만 관련 부품 재고가 있어 현재 운영 중이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모비스의 생산계열사 파업으로 현대차·기아 완성차 기준 이날 하루 수천대에 달하는 생산지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라는 생산전문 계열사를 설립하여 경영합리화를 추진했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협력업체들을 2개 회사로 합병하여 각각 자동차 모듈과 핵심부품 제조를 전담하게 했으나, 이번 부분파업으로 모회사인 모비스도 곤란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동차업계는 평균연봉이 9천만원을 넘는 두 회사의 파업으로 납품이 중지된 2·3차 협력업체들이 최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1분기 손실에서 2분기에 겨우 이익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완성차 수준의 인센티브' 마련에는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모비스와 사측은 일부 라인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는 대체인력 투입시 추가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부품업계는 연속된 생산계열사 파업으로 완성차와 계열사가 공동생산하던 일부 핵심부품을 완성차가 직접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교섭내용을 보면 현대차는 전륜변속기와 수소연료전지를 각각 2027년과 2028년에 직접 양산하고, 배터리 등 전동화 핵심부품은 내부화한다고 노사간 합의했다.
기아 조합도 동력시스템, 친환경차 핵심부품, 로보틱스와 AAM에 이르는 영역에서 직접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가 약 한달간 파업을 지속해 현대차와 기아에 일평균 2천대 가까운 생산지장이 발생하자 현대차는 이후 현대트랜시스가 제조하던 차세대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울산공장에서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 파업에 더해 모비스 등 부품업계, 자회사 파업까지 연결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도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모비스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호봉상승분 포함), 인센티브 400%에 1천55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현대차와 동등한 수준의 인센티브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