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김해공항 대기실서 햄버거만···기니 난민신청자, 법정 승리

2025.09.24
5개월간 김해공항 대기실서 햄버거만···기니 난민신청자, 법정 승리

기니 출신 30대 남성이 김해국제공항에서 5개월간 머물며 벌인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 행정단독 박민수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A씨가 김해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리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27일 김해공항에 도착한 A씨는 본국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참여로 인한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민의 힘으로 극복한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그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정식 난민인정심사 절차로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씨는 본국 복귀를 거부하고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생활하며 지난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기니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가했다가 체포·구금된 경험이 있으며, 목 부위에 당시 입은 상처 흔적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족으로부터 "군부가 계속 행방을 묻고 있으니 생명이 소중하면 돌아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공항 체류 기간 동안 98% 이상의 식사를 동일한 브랜드의 햄버거로만 해결했다. 무슬림인 그에게 할랄 음식은 물론 적절한 영양 공급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음료수도 제공되지 않았다. 아침 9시 이후 기상할 경우 조식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대기실 환경 역시 열악했다. 침대 대신 얇은 이불만 지급됐고, 최대 20명이 한 공간에서 지내야 했다. 공항 내부 시설 특성상 자연광이 차단됐으며, 30분 정도의 산책도 공무원들의 업무 사정에 따라 제한받았다. A씨는 공무원과 항공사 직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본국 귀환을 종용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법무부가 2주 이내 항소하지 않을 경우 A씨는 입국 허가를 받고 난민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상급심 진행 시 최종 확정까지 공항 체류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은 별도의 외부 대기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공항 밖으로 나가게 되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싶다. 실내 공기가 너무 탁하다"며 "가족에게 제대로 상황을 알리지 못했던 것들을 전하고, 단순히 생존만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익법단체 두루에 따르면 최근 난민심사 불회부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2022년 38%에서 2023년 71.2%, 작년에는 75.3%까지 증가했다. 대책위는 25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공항 대기실 인권침해 관련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