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곡성군에서 신입 여성공무원의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 보호를 게을리 해 연쇄적인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19일 곡성군 정기감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와 전 군수에 대한 수사의뢰를 요구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2월 시보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한 달여 만에 A씨는 동료 공무직 직원 B씨로부터 강간미수 피해를 당했다. B씨는 업무역량 개발에 노력하던 A씨를 '파스타를 먹으러 오라'며 자택으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반장 업무를 담당하던 B씨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기 싫어 마지못해 동행했던 A씨는 즉시 피해사실을 곡성군에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 군수였던 유근기 전 곡성군수는 가해자에 대한 고발이나 피해자 보호조치 대신 가해자의 사직서 수리 후 '외부로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마무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부서는 이러한 지시에 따라 B씨를 징계 없이 사직 처리만 했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를 받은 유 전 군수는 "B씨와는 과거 같은 교회를 다녔던 사이"라며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A씨가 B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아 사직서를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감사원은 "A씨가 처벌 의사를 바꿨다는 재보고를 받고도 유 전 군수는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A씨의 경찰신고로 B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A씨는 정신과 치료비로 100여만 원을 개인 부담했다. 그러나 A씨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군은 피해자 보호조치 미비로 A씨를 기존 업무부서로 재배치했고, 이로 인해 A씨는 B씨의 동료인 다른 공무직 C씨로부터 "술을 마셨으니 집까지 데려다 달라", "그리워하니 주 3회 전화하라" 등의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24년에 A씨가 보건의료원 지소 근무 중 또 다른 공무직 직원으로부터 강간미수 피해를 당한 사실이다. 이 사건에서도 곡성군 관리직 공무원은 "진료실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 큰소리를 낼 여건이 아니었냐?", "남성을 보건지소에 왜 들이나, 네가 주의했어야지"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성폭력 사건 은폐, 부정행위 지시 등에 관련된 공무원들에 대해 해고 1명, 강등 2명, 정직 1명, 경징계 4명 등의 징계처분을 요구하고 곡성군과 의회에는 통보 또는 주의조치를 내렸다. 또한 이번 감사에서는 근무성적평정 및 승진심사 부당처리, 병가 중 해외여행, 산지전용 및 복구비 관리 소홀, 농지관리 부실 등도 함께 적발됐다.
이에 대해 유 전 군수는 "본인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인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피해자가 외부 노출을 원하지 않고 가해자 형사고발 의사가 없다는 보고를 받아 2차 피해 방지와 신속한 분리조치를 위해 가해자의 조속한 사직서 수리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군수는 "사실과 다른 감사결과를 발표한 담당 감사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