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다섯쌍둥이가 분만을 책임졌던 산부인과 홍수빈 교수와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다. 미숙아로 출생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던 새힘·새찬·새강·새별·새봄 남매가 주치의와 1년 만에 처음 완전체로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해 9월 20일 탄생한 이들은 전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자연임신 오둥이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출산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소체구의 산모 사공혜란씨는 임신 5개월부터 앉거나 누워있는 것조차 힘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임신중독증인 전자간증까지 발병하면서 더 이상 출산을 늦출 수 없어 임신 26주 만에 응급 제왕절개를 실시했다.
태명을 '팡팡 레인저'라고 불렀던 아이들은 남아 3명이 800~900g, 여아 2명이 700g대 체중으로 세상에 나왔다. 평균 신생아 체중 3kg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즉시 인큐베이터 집중치료가 시작됐다. 부모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신생아중환자실을 찾았고, 엄마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매일 모유를 냉동해서 전달했다.
의료진과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올해 1월부터 남아들이 차례로 퇴원했다. 장천공 수술을 받은 막내 새봄이도 회복해 집으로 돌아갔다. 736g으로 가장 작게 태어난 넷째 새별이는 후두연화증 때문에 호흡보조 치료가 길어졌지만 3월 마침내 퇴원하며 6개월 만에 가족 전체가 한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임신 37주 이전에 출생하는 미숙아나 이른둥이는 최근 국내에서 증가 추세다. 출생체중 2.5kg 미만의 저체중아와 1kg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 출생이 늘고 있다. 이런 아기들은 주요 장기 발달이 미완성 상태이며 면역력이 약해 각종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선천적 질환을 함께 갖고 태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런 위험요소에 대비해 고위험 산모 대상으로 산부인과와 선천성질환센터의 연계 진료를 통해 출산 전부터 보호자와 치료방안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수도권 내 유일한 보건복지부 권역 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된 이 병원은 고위험 산모 입원실 12개 병상과 신생아중환자실 50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산부인과 산과 전문의 5명이 고위험 산모 분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전문의 12명이 신생아 전문 치료를 제공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는 24시간 당직체계로 응급상황 발생시 즉시 다학제 협진이 가능하도록 운영된다. 평균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전담간호팀이 별도로 구성돼 고위험 신생아들을 전문적으로 돌보고 있다.
이런 환자중심 의료시스템 덕분에 현재 병원에 입원하는 산모의 60% 이상이 고위험 산모일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 다섯쌍둥이 분만은 개인적으로 처음 경험이라 걱정이 컸다는 홍수빈 교수는 "이른둥이들의 울음소리는 작은데 오둥이들도 모두 작게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안심되면서 동시에 신비롭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홍 교수는 "증가하고 있는 고위험·다태아 임신 산모분들이 국내 의료진의 우수한 신생아 치료 능력을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산전 관리를 받으시길 희망한다"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오둥이의 모습을 통해 다른 분들도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둥이의 건강관리를 책임진 신생아중환자실장 윤영아 교수는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돌봤던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부모 곁으로 돌아가 첫째 새힘이는 8kg까지 자랐다"며 "향후에도 재활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발달검사를 실시하여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 오둥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