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무일수 조건부 기말상여도 통상임금…성과급 최소지급분 판단 기준 제시"

2025.09.22
대법 "근무일수 조건부 기말상여도 통상임금…성과급 최소지급분 판단 기준 제시"

대한적십자사가 월 15일 이상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조건부 기말상여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었다. 동시에 성과급의 최소지급분 존재 여부는 지급시점이 아닌 지급대상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가 제시되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대한적십자사 소속 직원 3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단 요건에서 '고정성' 기준을 삭제한 이후 나온 주요 후속 판결로 주목된다.

원고 직원들은 2013년 소송을 제기하며 기말상여(약 3개월 중 15일 이상 근무시 3·6·9·12월 15일 지급하는 상여수당), 실적평가급, 교통보조비·처우개선비 등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임금 차액과 퇴직금 증가분 지급을 요구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에게 약 7690만원 지급을 명령하며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말상여는 15일 이상 근무라는 조건부 지급이므로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실적평가급과 교통보조비·처우개선비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2심 법원은 약 5700만원 지급을 명령하며 1심 판결을 일부 변경했다. 기말상여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으나 실적평가급은 최소지급분에 한해서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기말상여에 대해서는 "근무일수 조건이 있더라도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도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는 근로자가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면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실적평가급에 대해서는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당해연도에 지급되므로 전년도 임금에 해당한다"며 "지급대상기간인 전년도를 기준으로 볼 때 최소지급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 당해연도에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지급시기만 당해연도로 정한 것이라면 그 성과급은 전년도의 임금에 해당한다"며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또한 "전년도 임금에 해당하는 성과급에 관해 최소지급분이 있는지는 지급시기인 당해연도가 아니라 지급대상기간인 전년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경우 "실적평가급 지급률은 당해연도에 비로소 정해지는 것으로 볼 소지가 크고, 지급대상기간인 전년도를 기준으로 볼 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하기로 정한 최소지급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며 성과급의 통상임금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

교통보조비·처우개선비·직책보조비에 대해서는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통상임금 개념에서 고정성을 제거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구체적 적용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재직조건부 임금이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의 통상임금성 인정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