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세종대왕, 법을 권력 강화 도구로 쓰지 않았다"…사법독립 의지 천명**

2025.09.22
**조희대 "세종대왕, 법을 권력 강화 도구로 쓰지 않았다"…사법독립 의지 천명**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세종대왕의 법치철학을 강조하며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권력 강화를 위한 지배 도구가 아니라 백성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권리를 지키는 규범적 기반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여당의 사법부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법치주의와 사법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축사에서 "백성을 중심으로 한 세종대왕의 재판 철학은 시대를 넘나들며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법 가치와 깊이 연결돼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대법원이 2016년 이후 9년 만에 주최한 국제 학술회의로, 세종대왕의 법 사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법치주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라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카자흐스탄 등 10여 개국 대법원장과 대법관, 국제형사재판소 전·현직 소장 등이 참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께서는 국가의 기본은 백성이라는 민본 철학과 백성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실현하려 지속적으로 힘썼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나로 통합된 법률서를 만들고 백성들이 법 조항을 잘 알 수 있게 해 무지로 인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사와 심리 단계에서 백성들이 부당함을 겪지 않도록 형사 절차를 명확히 기록하게 하고, 재판이 오래 끌리지 않도록 했으며, 고문과 과도한 처벌을 막아 신속하고 공정한 심판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서는 "법치주의 이념을 실현한 제도적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조 대법원장은 "훈민정음으로 법정 사건을 기록하면 그 내막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세종대왕의 말씀이 정인지서에 담겨 있다"며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조 대법원장은 또 "세종대왕께서는 소통과 상생을 소중히 여기셨다"며 "법률 발표와 시행에서는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리셨고, 공법 실시에 앞서서는 전국적으로 여론을 수집해 백성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들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서도 법치와 사법독립의 이념을 견고히 유지하고 정의와 공정이 실현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지혜를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