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해수욕장에서 거친 파도에 떠밀려간 관광객을 경찰관이 서핑보드를 이용해 직접 구해내는 일이 발생했다.
2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4분경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20대 남성 관광객 A씨가 강한 파도에 밀려나가는 사고가 벌어졌다. A씨는 해변에서 약 200~300m 떨어진 해상에서 표류하며 "도와달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현장 주변의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이 A씨를 구출하려 시도했으나, 2m에 달하는 높은 파도 때문에 구조작업이 난항을 겪자 119에 긴급신고했다. 소방당국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가장 위급한 상황에 해당하는 '코드1'을 발동했고, 서귀포경찰서 중문파출소 소속 김양재 경사(39) 등 2명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상황을 파악한 김 경사는 소방서와 해경의 도착을 기다리다가는 A씨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 취미로 3~4년간 서핑을 익혀온 그는 주변 서핑업체에서 보드를 대여해 거친 파도를 가르며 A씨에게 다가갔다.
김 경사는 표류하던 A씨를 보드에 태워 안전을 확보한 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구조팀이 건넨 구조용 로프를 보드에 고정시켜 해안으로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구조작업을 완료했다.
구출된 A씨는 극심한 피로와 체온저하 증세를 나타냈지만, 응급조치를 받은 후 생명에는 별다른 위험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사는 "개인적으로 서핑을 하며 쌓은 파도와 해류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즉석에서 위험한 상황임을 알아차렸고, 구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서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며 "향후에도 시민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6~8월 제주 연안 해역의 항구와 갯바위 등에서 일어난 물에 빠지는 사고는 총 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건)과 재작년(24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익수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22년 9명, 2023년 5명, 올해 8명 등 최근 3년간 22명에 이르고 있다.
해경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여름철 제주 연안에 물놀이객이 늘어나면서 인명피해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에도 안전관리 인력 156명을 연장 배치하고, 구명조끼 필수 착용 권장, 2인 1조 활동 원칙 준수, 장비 사전 점검, 기상 상황 확인 후 입수, 음주 후 입수 금지 등의 안전수칙 준수를 위한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