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비 지원 중단에 불만을 품고 생일잔치를 열어준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19일 첫 공판에서 일부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13부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A씨(62) 측 변호인은 "살인 및 총포화약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4명의 피해자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 도봉구 자택 폭발물 설치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실은 인정하나 실행 착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방화미수가 아닌 예비죄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녹색 구치소 복장을 착용하고 출석한 피고인은 재판장의 신상확인 질문에 차분하게 응답했으며, 국민참여재판 진행 의사는 없다고 답변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심리 과정이 상세히 공개될 경우 유가족의 프라이버시 침해 및 2차 피해 발생 우려가 있다"며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사회복귀 준비 상황을 감안해 비공개 심리를 요청한다"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도 동일한 취지의 요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가족의 프라이버시 침해 및 심리적 충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관련 규정 및 판례 검토 결과 현 상황에서 비공개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A씨는 지난 7월 20일 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자신을 위한 생일파티를 준비해준 아들 B씨(33)에게 사제총기로 산탄 2발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당시 현장에 있던 며느리, 어린 손주 2명, 독일인 가정교사 등 4명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려 했다. A씨는 범행 후 달아나던 외국인 교사에게도 총격을 가했으나 총탄이 문고리에 맞거나 불발되어 미수에 그쳤다.
수사기관은 A씨의 서울 도봉구 거주지에서 시너가 든 플라스틱 용기와 세정제 통 등 가연성 물질 15개, 그리고 점화 시스템을 발견했다. 이 장치는 살인사건 다음날 정오에 발화되도록 타이머가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을 활용해 작년 8월부터 약 1년간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그는 사제총기 제작을 위한 파이프와 손잡이 부품들을 구입하고, 총기 발사 및 폭발물 제작 시험을 반복했다. 범행 2개월 전부터는 렌터카를 이용한 운전 연습과 현장 사전답사까지 실시했다.
수사 결과 A씨는 자신의 성범죄로 인한 이혼 후에도 특별한 직업 없이 전 배우자와 아들로부터 월 600만원 이상의 경제적 원조를 받으며 생활해왔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이중 지원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전 지원이 중단되자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A씨는 전처와 아들이 자신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것처럼 행동하며 속이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빠졌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전처가 아끼는 아들과 그 가족을 제거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공판은 10월 2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