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3일 회식으로 급성알코올중독 사망한 직장인, 법원 "업무상 재해" 판정

2025.09.21
연속 3일 회식으로 급성알코올중독 사망한 직장인, 법원 "업무상 재해" 판정

업무 관련 술자리에 연속으로 참가한 뒤 급성알코올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직장인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사망한 B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발표했다.

무선통신업체에서 멕시코 영업관리 담당자로 근무하던 B씨는 지난 2022년 7월 자택 주차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급성알코올중독이 사인으로 확인됐다. B씨는 사망 전 2022년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연속으로 업무 관련 저녁 모임에서 음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곤란하며, 특히 사망 직전 모임은 사적 성격이 강해 업무와의 인과관계 인정이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법정에서는 마지막 술자리의 업무 관련성이 핵심 쟁점이 됐다. 처음 두 차례 모임은 업무 관계자와의 자리로 회사 경비로 처리됐지만, 사망 직전 모임은 B씨 개인 카드와 현지인들 카드로 비용을 분담해 공단이 사적 모임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식사 경비를 부담했다는 사실만으로 업무 관련성을 배제하기는 곤란하다"며 공단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B씨가 멕시코 영업 관리자로서 현지 인력과 업무상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었고, 당시 6개월간 멕시코 장기 출장을 앞두고 현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출장 환영 자리 특성상 음주 거부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식사 경비만 1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은 연속 음주의 누적 효과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재판부는 "알코올 분해 시간을 감안할 때 이전 모임에서 섭취한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기 전에 계속해서 술을 마시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선 모임들에서의 음주가 급성알코올중독 발병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B씨의 배우자는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됐으며, 업무 관련 회식이 연속될 경우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