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형님파' 사기단체 태국에서 검거…878명 피해 210억원 편취

2025.09.22
용형님파 사기단체 태국에서 검거…878명 피해 210억원 편취

한국과 태국 경찰의 공조수사 결과 태국 파타야를 기반으로 운영된 대규모 사기조직이 일망타진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2일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직원 25명을 붙잡아 이 중 21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직은 중국 국적의 총책 A씨(31)가 자신의 별명 '자룡'에서 따온 '룽거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조직명은 용의 중국어 발음인 '룽'과 형님을 뜻하는 '거'를 합친 것으로 확인됐다. 총책 A씨를 포함해 태국 현지에서 추가로 검거된 9명은 현재 구금 상태이며,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조직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간 국내 거주 피해자 878명을 대상으로 약 21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기존 단일 수법 조직과 달리 로맨스스캠팀, 코인사기팀, 노쇼사기팀, 기관사칭사기팀 등 4개 전문팀을 구성해 다양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로맨스스캠팀은 SNS에서 수집한 이성 사진을 활용해 피해자와 친밀감을 형성한 후 가짜 웹사이트 입금 미션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 등을 제안하며 131억원을 가로챘다. 코인사기팀은 로또 추천사이트 고객정보를 악용해 가입비 환급이나 개인정보 유출 보상을 미끼로 허위 코인 매수를 유도했다.

노쇼사기팀은 군부대 등을 사칭해 대량 주문 후 특정 상품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관사칭사기팀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위장해 피해자 명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가짜사이트를 통한 자산보호를 강요했다.

A씨는 과거 캄보디아에서 사기조직 본부장급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태국에서 새로운 조직을 결성했다. 조직은 총책과 중국인 본부장 3명, 각 팀장 및 한국인 하부조직원으로 구성되어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조직 관리는 군대식으로 이뤄졌다. 간부들은 조직원들의 여권을 압수하고 외출·외박을 제한했으며, 휴대전화 사용과 심지어 화장실 이용 시간까지 통제했다. 범행 성과가 우수한 조직원에게는 포상을 제공하는 한편, A씨와 갈등이 생긴 조직원에게는 흉기를 이용한 폭행을 가했다.

수사는 지난 6월 조직원 중 한 명이 탈퇴 의사를 밝혔다가 쇠파이프로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주태국 한국영사관에 아들의 감금 사실을 신고하면서 태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태국 경찰은 파타야 내 리조트를 급습해 조직원 20명을 1차 검거했다. 이후 한국 경찰은 경찰청 국제협력관과 현지 파견 경찰주재관을 통해 태국 경찰과 긴밀한 공조를 실시했다. 수사팀은 3차례에 걸쳐 태국 현지에서 증거물을 확보하고 피해 내역을 분석해 A씨 등 핵심 인물 7명을 특정했다.

범죄수익 배분구조도 치밀했다. 팀장은 30%, 팀원은 15~18%를 받았으며 나머지 절반 이상은 본부장과 총책이 나눠 가졌다. 일부 팀원은 월 500만~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의 브리핑에는 탓차이 피타닐라붓 태국 경찰청 스캠 태스크포스 단장도 참석했다. 그는 "이 조직이 태국 피해자가 아닌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범행했기 때문에 태국에서는 이민법 위반 정도로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 경찰과 협의해 피해규모를 고려해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운영하거나 연계된 태국 내 다른 사무실이나 조직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데이터베이스 입수 경위와 범죄수익 흐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피해자들은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하며 피해 회복을 요구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실질적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전 재산 1억4000만원을 잃고 대출까지 떠안게 됐다"며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중피해 사기 범행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온라인상 모든 거래와 투자 제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