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웅포 강당에서 열린 제139기 학사 사관후보생 입교식을 통해 해군 장교의 길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15일 입영 이후 일주일간의 적응 기간을 거쳐 이날 정식으로 후보생 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입교식에는 입영 당시 84명 중 적응 기간 중 1명이 중도 포기하여 총 83명(남성 62명, 여성 21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언론에만 공개됐으며 가족들의 참석은 없었다. 이지호 후보생은 짧게 다듬은 머리와 전투복 차림으로 긴장된 모습 속에서도 절도 있는 자세를 보였다.
노승균 장교교육대대장(중령) 주관으로 진행된 입교식에서 후보생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입교 선서 등의 순서를 거쳤다. 이지호 후보생은 동료들과 함께 "군사교육을 성실히 이수할 것"을 다짐하며 해군 장교가 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행사 마무리 단계에서 대대장이 후보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는 시간에 이지호 후보생은 "사관후보생 이지호.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힘찬 목소리로 각오를 다졌다. 이는 그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발언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았다.
139기 후보생들은 이제부터 11주에 걸쳐 3단계로 구성된 집중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초기 군인화 과정에서는 행군훈련, 전투수영, 해병대 전지훈련, 소형고무보트(IBS) 훈련, 사격, 화생방, 기초유격 등 체력 단련과 극기심 함양에 중점을 둔다. 장교화 과정에서는 리더십과 명예심을 기르며, 임관 기수를 상징하는 13.9km 명예 달리기도 실시한다. 마지막 해군화 과정에서는 주요 부대 및 함정 견학과 선배 장교와의 만남을 통해 해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보생들은 11월 28일 임관식을 거쳐 12월 1일자로 해군 소위로 정식 임관하게 된다. 이지호 후보생의 예정 보직은 함정 통역장교이며, 구체적인 배치 부대는 훈련 성적과 각 특기별 인력 수요를 종합 검토하여 임관 시점에 확정된다. 전체 복무 기간은 교육 기간을 포함해 39개월이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미 복수 국적을 보유했던 이지호 후보생은 장교 복무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자진 포기했다. 복수국적자의 경우 일반 병사로는 외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일반 병사(18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긴 기간의 장교 복무를 선택한 이번 결정에 대해 재계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적 실천'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노승균 대대장은 "강한 파도가 강한 뱃사공을 만든다는 말처럼 훈련 기간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달라"며 "139기 후보생 전원이 낙오 없이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로 임관하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