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민사사건 접수 증가에도 1심 처리기간 5년 만에 단축

2025.09.24
작년 민사사건 접수 증가에도 1심 처리기간 5년 만에 단축

작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이 전년 대비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심 처리 소요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이 24일 발표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민사사건 총 접수건수는 470만9506건으로 2023년 457만6462건 대비 2.9%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건 접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판 소요기간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민사합의사건의 경우 1심 선고까지 평균 437.3일이 소요되어 전년도 473.4일보다 약 36일 단축됐다. 이는 2019년 이후 처리기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추세가 처음으로 역전된 것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강조해온 신속재판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사건 유형별로 살펴보면, 민사본안사건은 87만9799건이 접수되어 전년 85만926건 대비 3.4% 증가했다. 이 중 합의사건은 2만8907건, 단독사건은 26만8655건, 소액사건은 50만7804건으로 집계됐다. 단독사건 처리기간은 222.1일로 전년과 거의 비슷했으나, 소액사건은 134.1일로 전년 133.3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고액 소송 건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소송가액 10억원 초과 사건은 7667건으로 전년 6532건 대비 17.4% 급증했고,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사건도 1만863건으로 15.6% 증가했다. 당사자가 100명 이상인 집단소송도 902건으로 전년 494건에서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경제 상황 악화를 반영하듯 도산 관련 사건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도산사건 접수건수는 22만716건으로 전년 21만1954건보다 4.1% 늘었으며, 개인회생 사건은 12만9499건, 법인파산은 1940건을 기록했다. 경매사건 역시 담보권 실행에 따른 경매가 7만5946건으로 16.5%, 강제경매가 4만3368건으로 20.5% 각각 상승했다.

재판 진행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면, 소장 접수부터 첫 재판기일까지 평균 138.3일이 소요되어 전년보다 3일 이상 늘었다. 합의부 사건의 경우 168.9일이 걸려 접수 후 첫 법정 출석까지 약 6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기일부터 변론 종료까지는 합의부 기준 312.7일, 변론 종료부터 선고까지는 46일이 소요됐다.

상소율은 전년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민사합의사건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한 항소율은 47%로 전년 48.5%보다 줄었고, 2심 불복률도 28.1%로 전년 35.7%에서 감소했다. 2심 처리기간은 고등법원이 313.8일, 지방법원이 327.5일로 각각 전년 대비 소폭 단축됐으나, 상고심 합의부 사건은 521.1일로 전년 397.2일보다 오히려 연장됐다.

미제사건 현황을 보면 1심 37만9893건, 2심 5만2494건, 상고심 6907건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으며, 1년을 넘긴 장기 미제사건도 6만514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