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아내와 두 아들의 생명을 빼앗은 40대 가장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는 19일 살인 및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9)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 1일 새벽 1시 12분경 전남 진도군의 한 부두에서 동갑내기 부인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이 승차한 차량을 바다로 몰아 이들을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건설현장에서 철근공으로 근무하던 그는 카드대출 등으로 약 2억원의 부채와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3000만원 규모의 급여체불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범행 당일 A씨는 가족 나들이를 핑계로 부인과 함께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섞은 건강음료를 제공했다. 비극적 운명을 전혀 모른 채 아들들은 다음날 방문할 식당을 검색하며 즐거운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이 침수되자 A씨는 열린 운전석 창문을 통해 단독으로 빠져나와 생존했다. 그는 구조신고 없이 현장을 이탈해 지인의 도움으로 광주까지 이동했으나, 범행 44시간 후 체포됐다. 탈출 과정에서 그는 한 번도 소방서나 경찰서에 가족 구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희생자인 아들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신뢰했던 부모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린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극악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재성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물속에서 공포감을 느끼자 곧바로 안전띠를 해제하고 홀로 탈출했다"며 "가족의 생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존에만 매달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피고인이 즉시 구조작업에 나서거나 해상으로 나온 직후 신고했다면 이런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들들과 병을 앓던 아내가 자신에게 짐만 될 것이라 판단해 범행을 벌인 것은 아닌지, 인간의 기본적 양심마저 의심케 하는 섬뜩한 추측이 든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판사는 양형이유를 설명하던 중 여러 차례 목이 메어 침묵하기도 했다. 그는 "생명을 해치는 중죄에 대해서는 마땅한 응보를 가해 반드시 그 값을…그 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고, 배석판사가 휴지를 전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앞선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이 관용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재판부는 "이런 사안에 탄원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어떠한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은 멀쩡히 생존해 있으면서 관대한 처분을 원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질책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분리시킬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동일한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