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가 지난 22일 의결한 전공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3일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수련환경 개선에 거꾸로 간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통과된 개정안은 전공의들의 지속 근무시간을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축소하되, 긴급상황에서는 최대 4시간 연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추가로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적용, 임신·출산 시 야간·휴일 근무 금지 등이 포함됐다. 4시간 근무 시 30분 이상,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 휴식을 확보하고, 매주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하지만 의협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구성에서 의협 추천 위원이 기존 1명에서 완전히 배제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의협은 "복지위에 계류된 전공의 특별법 4개 법안 중 3개가 전공의 대표의 과반수 이상 참여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수정안은 전공의 위원을 4명으로 한정했다"며 "이는 수련 당사자인 전공의 참여를 억제하고 제도 개선 효과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온 의협을 일방적으로 제외한 것은 명백한 절차적 문제"라며 "정책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단체들도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며 개정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개정안이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며 "과중한 수련시간은 환자 안전과 바로 연결되는 만큼 무리한 장시간 근무 체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당 평균 수련시간 상한이 여전히 80시간으로 유지된 점에 대해서는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연속근무시간은 개선됐으나 주 80시간이라는 노동 총량은 그대로 유지됐다"며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주 72시간 제한이 전면 반영되지 않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또 법률 위반 시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현재 법 위반이나 부당한 수련환경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나 선발인원 축소 방식으로 이뤄져 결국 전공의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련기관에 직접적이고 확실한 책임을 지우는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항의하며 수련 현장을 떠난 전공의의 절박한 호소에 정부·국회는 수련환경의 근본적 개선과 함께 전공의 대표의 과반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이번 수정안은 그런 약속을 전면적으로 파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공의 단체들은 내년 2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종료 시점까지 추가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전공의노조는 "법의 현장 안착과 지속적 개선을 위해 정부와 적극 대화할 것"이라며 "안전한 노동환경이 곧 환자 안전으로 이어지는 진료환경임을 알기에 법안의 실제 시행과 추가 논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