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제37회 아산상 수상자로 케냐 '성 데레사 진료소'의 정춘실 진료소장(59)을 발표했다. 정 진료소장은 지난 25년간 아프리카 케냐와 말라위 지역에서 약 80만명의 현지 주민이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인천 출신인 정 진료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신념으로 1995년 영국에서 수녀로 종신서원을 맺었으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생명구조 방법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영국 미들섹스대학교에서 간호학을 전공했다. 1999년 간호사 자격 취득 후 2000년 아프리카 현지로 떠나 소외계층 주민들을 위한 의료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 키텐겔라 지역에서 '성 데레사 진료소' 설립을 이끌며, 가난한 주민들이 일반 사립병원 진료비의 20~30% 수준으로 고품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현재 이 진료소는 연간 2만8천여 명을 치료하는 지역 핵심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정 진료소장은 현지인들의 자립적 진료소 운영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양성과 진료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왔다.
2007년에는 수녀회 파견으로 말라위 '음땡고 완탱가 병원' 책임자로 활동했다. 당시 말라위 병원 상황은 케냐보다 더욱 열악했다. 빈번한 정전과 연료 부족으로 발전기 가동이 어려워 인큐베이터 내 신생아가 위험에 처하거나, 수술 중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 손전등에 의존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들이 계속됐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 진료소장은 2018년까지 병원의 진료와 행정 체계를 체계화했으며, 응급실 신설, 감염 방지 체계 강화, 검사 장비 확충, 태양광 발전 시설 도입 등을 통해 현지 의료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현재는 케냐 나이로비 외곽 칸고야 농촌 지역에 새로운 진료소 건립을 위해 자금 조달부터 설계, 공사 전반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과 건설 자재비 증가, 후원금 부족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 난관에 직면했으나 진료소 완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의료봉사상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웅한 교수(62)가 선정됐다. 김 교수는 1999년 중국을 시작으로 몽골,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등 의료 환경이 취약한 17개국에서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 844명의 무료 수술을 시행하고, 현지 의료진 3천여 명에게 의료 기술 교육을 제공했다. 일시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지 의료진이 스스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지원이라는 철학으로 교육 활동에도 힘써왔다.
사회봉사상은 노숙인 무료급식소 '바하밥집'과 고립·은둔 청년 회복기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를 운영하며 27년간 소외 계층의 자립을 도운 김현일(59)·김옥란(53) 부부에게 주어졌다. 이들은 '고립에서 자립으로, 자립에서 공생으로'라는 철학 하에 회복을 경험한 사람이 다른 이를 돕는 존재가 되도록 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상식은 11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진행된다. 아산상 대상 수상자인 정춘실 진료소장에게는 상금 3억원이, 의료봉사상 수상자 김웅한 교수와 사회봉사상 수상자 김현일·김옥란 부부에게는 각각 2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이와 함께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3개 부문 수상자 15명에게도 각각 2천만원씩 총 6개 부문 수상자 18명에게 총 10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