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前국정원장, 계엄 해제 후 정보위원장과 접촉…직무유기 수사 가속

2025.09.21
조태용 前국정원장, 계엄 해제 후 정보위원장과 접촉…직무유기 수사 가속

내란 특별검사팀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야 국회 정보위원장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직무 방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심화하고 있다고 21일 법조계가 전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작년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신 위원장과 최소 3차례 전화 통화한 기록을 입수한 상태다. 먼저 12월 4일 오후 3시 52분경 신 위원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48초간 대화했고, 다음날인 5일 오전 8시 44분경에는 자신이 신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41초간 통화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12월 6일의 통화다. 이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국회 출석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조 전 원장이 신 위원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대화한 뒤 국회로 직접 가서 정보위 면담에 참여했다. 이는 조 전 원장이 의지만 있었다면 언제든지 국회와 소통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분석된다.

특검의 핵심 의혹은 조 전 원장이 작년 12월 3일 오후 9시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엄이 해제된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국회 정보위 관계자들에게 일체 연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정원법 15조는 국정원장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 발생 시 즉각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조 전 원장의 행위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또한 조 전 원장이 올해 2월 국회에 국정원 CCTV 영상을 제출한 행위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홍 전 차장이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당일 밤 11시 6분경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체포 명단을 작성했다"고 증언한 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정원 내부 CCTV를 근거로 홍 전 차장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조 전 원장이 자신의 행적에 관한 국회의 자료 요구는 거부하면서 홍 전 차장의 동선만 담긴 자료를 골라서 제출했다는 점이다. 특검은 이런 선택적 자료 제공이 국정원법이 금지하는 정치 개입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CCTV 영상 원본 등을 확보했다.

한편 특검은 '계엄 기획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현역 A 준장과 작년 9월부터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포착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사흘 전인 11월 30일 A 준장과 5차례 연락했고, 계엄 선포 직전인 12월 3일 밤 10시 5분에도 A 준장에게 전화를 걸어 1분 이상 대화했다.

A 준장은 작년 11월 25일 장성으로 진급했는데, 노 전 사령관이 이 진급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차량 블랙박스 녹취에 따르면, 계엄 하루 전인 12월 2일 A 준장의 장모가 노 전 사령관에게 "사위의 장군 승진에 도움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고,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안 됐으면 어떻게 그를 도와줬겠느냐"며 "며칠 지나면 제가 왜 분주했는지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A 준장에게 계엄 계획을 공유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현역 장성의 계엄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은 조만간 조 전 원장을 소환해 일련의 혐의들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