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7월 새벽 인천 지역 한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추락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해당 교육기관의 민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사법부 결정이 내려졌다. 인천지방법원 민사16부는 사망한 여학생의 가족들이 대학교를 대상으로 제기한 4천500만원 규모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21일 발표했다.
해당 사건은 당시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대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과정에서 단과대학 건물 8미터 상층부에서 떨어져 생명을 잃은 사고다. 가해자인 23세 남학생은 피해자가 추락한 직후 응급신고 없이 현장에서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수사기관은 그를 성폭력범죄 특례법상 준강간살인 혐의로 송치했으나, 최고법원은 살해 의도를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치사 적용하여 20년 형을 확정했다.
유족 측은 형사재판 종료 후인 작년 2월 가해 학생과 학교 당국을 공동 피고로 하는 총 8억원대 민사소송을 개시했다. 이후 소송 내용을 수정하여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4천500만원만을 요구했으며, 가해자와는 별도 화해 조정이 이루어졌다.
재판 진행 중 유족 대리인은 "교육기관 책임자는 재학생들을 각종 위해요소로부터 보호할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사건 발생 당시 적절한 보호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 피해자가 지나가는 시민에게 발견되기까지 어두운 새벽 시간대에 약 2시간 동안 길거리에 홀로 남겨졌고, 당시 생존 상태였으나 병원 이송 후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며 학교 측 과실을 지적했다.
또한 "해당 건물 출입부 감시를 위한 폐쇄회로텔레비전 장비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인근 장비로 해당 구역을 포괄하지 못해 비상상황이나 범죄 발생시 조기 발견이 불가능한 상황을 방치했다"며 "이로 인해 망인과 가족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가했으므로 그에 대한 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들을 수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총장이 안전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법률상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 측 요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건 현장 건물에 감시카메라가 없었던 점은 전문 보안업체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피고 측에 시설물 설치나 유지관리상 결함과 연관된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결 근거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보안업체가 캠퍼스 전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가해자의 범행을 미리 예측하고 차단하거나 추락사고 직후 또는 그와 유사한 시점에 피해자를 발견하여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은 성범죄와 사망이 연계된 중대 범죄로 당시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범행 당시 가해자는 만취 상태의 피해자를 단과대 건물로 데리고 가 2층부터 4층까지 끌고 다니며 범죄를 시도했으며, 최종적으로 5층 계단 창문에서 피해자가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