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외래관광객 3000만명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행 공유숙박 체계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국회에서 집중 제기됐다.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주최로 15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관광혁신 포럼에는 학계와 업계, 정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공유민박 관련 규제의 한계점과 개선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수 호텔의 폐업으로 감소한 객실 공급량을 신규 공급이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4~5성급 객실 4000여개가 사라졌지만 팬데믹 이후 추가된 객실은 1000여개에 그쳤다. 이로 인해 2019년 대비 작년 호텔 객실 요금이 43% 급등했으며, 숙박비 상승이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제를 담당한 한주형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호텔 건립에는 수년이 소요되지만 도시민박은 별도 건설 없이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 수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외국인 전용 제한 규정은 불법 영업만 확산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현행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내국인 이용 금지' 조항이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연간 180일 범위 내에서 내국인 이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기타 지역은 여전히 제한 상태다. 조숙영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경주지부장은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플랫폼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이용객 국적을 공개하지 않으며, 국적을 이유로 한 예약 취소를 엄격히 금지한다"며 "시장 시스템 자체가 외국인 전용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데 제도는 현실을 외면한 채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적 기준과의 차이점도 지적됐다. 심성우 백석예술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내국인만 제외하는 숙박업 형태를 찾기 어렵다"며 "호텔을 국적별로 구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므로 통합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 동의 요건의 모호함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서 공유민박을 운영하려면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구체적 기준이 불명확해 지자체마다 상이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주형 교수는 "일부 지역은 단지 내 주민 과반수 동의로 충분하지만, 다른 곳은 전체 동의를 요구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도 제시됐다. 심성우 교수는 "아파트 단지 내 수백 가구 전체의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민협의회 등 대표기구가 의결하는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은 호스트 실거주 의무와 건축물 면적 제한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독채 숙소 선호 현상이 확산되었지만 실거주 의무로 인해 호스트 당 1개 민박만 운영이 가능하며, 연면적 230㎡ 제한까지 더해져 사업 확장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선방안으로 내외국인 구분 철폐, 실거주 의무 완화, 주민 동의 절차 명확화 등을 포함한 단일법 제정을 주문했다. 불법 숙박업체의 제도권 편입과 플랫폼의 관리 책임 강화를 통해 시장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성제 문체부 과장은 "외국인 관광객 중심 숙박업 관련해서는 정교하고 단계적인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며 "9월 중 국가 관광전략회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교흥 위원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현재가 우리나라 관광산업 도약의 골든타임"이라며 "선제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기반을 구축해 대한민국 관광 경쟁력 강화에 국회 차원에서 지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