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이 세계 음악계의 주류로 완전히 자리잡으며, 이제는 음악을 넘어 종합적인 문화 산업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4%에 불과하지만 주요 차트를 석권하며 폭발적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에서 연이어 열린 음악 산업 관련 행사들에서 전문가들은 K팝의 위상과 미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미국 독립 레이블 엠파이어의 가지 샤미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뮤콘 2025'에서 "K팝은 이미 글로벌 주류로 진입했다"고 단언했다.
샤미 대표는 "한국 음악은 작곡부터 뮤직비디오, 마케팅까지 전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제 K팝에서 'K'를 떼고 대중음악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드래곤에 대해서는 "미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비견될 정도의 메가스타"라고 극찬했다.
아이작 리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도 LA에서 열린 골드하우스·골드뮤직얼라이언스와의 대담에서 "현재 K팝의 시장 비중은 4%에 그치지만 주요 글로벌 차트를 장악하고 있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팝의 성공 비결로는 다중 훅 구조와 팬 참여형 콘텐츠 제작이 꼽혔다. 단일 후렴구 반복에서 벗어나 곡 전체에 다양한 청취 포인트를 배치하고, 팬들이 직접 해석하고 재창작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는 분석이다. 모듈화된 콘텐츠 제작 방식도 같은 곡으로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내며 자연스러운 확산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과 시스템 수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의 최진석 이사는 "K팝은 이제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인재 배출과 국가 경쟁력 확보의 플랫폼으로 확장됐다"고 밝혔다.
SM이 구축한 '송캠프' 시스템은 글로벌 협업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KMR 소속 전속 작가 150명에 해외 작가까지 합하면 300명을 넘는다. 과거 완성곡 수입에서 시작해 현재는 한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를 초대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최진석 이사는 "해외 작곡가가 한국에 와서 배우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한국에서 길러진 인재가 해외로 스카우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곡과 아티스트를 넘어 인재와 시스템까지 수출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현지화 전략도 주요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JYP아메리카의 신현국 대표는 "미국 현지 그룹 A2K 같은 현지화 전략과 AI 아티스트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도 중국 텐센트뮤직을 2대 주주로 맞아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팬덤 문화의 글로벌 전파도 눈에 띄는 변화다.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K팝 팬덤은 단순한 청취자가 아닌 아티스트 여정에 직접 참여하는 핵심 파트너"라며 "이러한 팬덤 특성이 서구 문화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K팝에 이어 K애니도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캐치! 티니핑'의 SAMG엔터테인먼트 최재원 부사장은 "MZ세대 중심으로 세계 캐릭터 굿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K애니 산업의 성장 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K팝의 성공이 체계적인 글로벌 전략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번역이 아닌 문화적 맥락을 살린 진정한 로컬라이징과 알고리즘 친화적인 콘텐츠 구조가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