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로봇수술 기술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환자 중심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단일공 로봇시스템을 활용한 최소침습 수술법이 확산되면서 치료 효과와 환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단일공 비뇨기 로봇수술 1000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87%에 해당하는 869명이 암환자였으며, 질환별로는 신장암이 46%인 4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암 37%인 319명, 요관암 10%인 89명이 뒤를 이었다.
수술 방식에서는 신장 기능을 유지하며 종양 부위만을 제거하는 '로봇 단일공 부분신장절제술'이 425건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해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하나의 절개부위를 통해 고성능 3차원 카메라와 정교한 로봇 기구들을 삽입하여 시행하는 첨단 수술법으로, 기존 방식 대비 절개 범위가 줄어들어 통증과 상처가 현저히 감소한다.
한편 동아대학교병원 로봇수술센터도 누적 3000례 이상의 로봇수술 실적을 쌓으며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2004년 국내 도입 이전 싱가포르에서 한국인 전립선암 환자의 로봇수술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진료과목에서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박정우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로봇수술이 특정 수술에만 제한되는 기술을 넘어 환자의 생활 질을 중시하는 더욱 세밀하고 안전한 치료방식으로 정착했다"며 "2007년 로봇수술시스템 최초 도입 후 여러 진료과에서 적용 범위를 확대해왔으며, 향후에도 안전성과 효율성 향상에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영역에서 로봇수술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깊고 협소한 골반 내부 작업이 빈번한 비뇨기계 수술에서 다빈치 로봇의 3차원 고해상도 확대 시야와 54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은 복강경 수술의 물리적 제약을 해결하는 혁신적 도구가 되었다.
전립선암 근치 절제술에서는 인근 신경과 혈관 보존 정도가 수술 후 기능 회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데, 로봇의 정확한 동작이 성공률을 대폭 향상시켰다. 신장 부분절제술이나 요관재건술에서도 정확한 절개와 봉합으로 장기 보존과 안전성이 개선되었다.
산부인과 분야에서는 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경부암, 난소암, 골반장기탈출증 등 광범위한 질환에 로봇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뛰어난 시야 확보와 정밀 조작으로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이며, 섬세한 봉합 작업도 로봇팔을 통해 정확히 수행할 수 있어 거대 자궁근종 수술도 안전하게 진행된다. 이는 향후 임신을 희망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로봇을 이용한 부인암 수술은 림프절 제거율이 높고 신경손상 위험이 낮아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미용적 측면에서도 작은 절개창으로 흉터를 최소화하여 젊은 여성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갑상선암과 유방암 수술에서도 로봇기술의 장점이 돋보인다. 전통적으로 갑상선암 수술은 목 앞쪽에 5~6cm의 절개가 필요했지만, 로봇수술로 귀 뒤, 구강 내, 겨드랑이 등 보이지 않는 부위를 통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수술 시간도 단축되고 집도의 부담도 감소했다.
갑상선 주변의 성대 신경이나 주요 혈관 밀집 지역에서도 로봇팔의 정밀한 움직임과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화면으로 신경이나 혈관 손상 없이 갑상선암 수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과 일상복귀 단축이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한다.
로봇 유방수술은 유방암으로 유방 전절제술을 받는 환자 중 즉시 유방재건술을 실시하는 경우에 시행되고 있다. 성형외과와의 협력으로 겨드랑이 근처 5cm 정도의 절개창 하나로 유두와 유륜을 보존하는 유방 전절제술과 유방재건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
로봇수술은 모든 외과수술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특히 간, 췌장, 담도 등 복잡하고 섬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 분야에서 유용하다. 동아대병원은 400례 이상의 주요 간담췌 로봇수술을 시행했으며, 2021년과 2024년 국제간담췌학회에서 간기증자 로봇간절제술과 간암환자 대상 로봇간절제술을 라이브로 시연해 로봇수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동아대병원은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 SP(단일공) 시스템을 작년 4월 도입했다. 다빈치 Xi와 단일공 로봇을 모두 보유하여 환자의 연령, 질환의 위치와 범위 등을 고려한 최적의 수술방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다빈치 SP는 1개의 3차원 고화질 카메라와 3개의 수술기구가 하나의 로봇팔에서 나와 2.5cm 정도의 단일통로로 진입하는 시스템이다. 인체 내 좁고 깊은 공간에서 시야 확보가 뛰어나고 세밀한 수술에 효과적이다. 특히 한 번의 작은 절개로 흉터를 최소화해 미용적 만족도가 높으며, 수술 및 회복시간 단축으로 합병증이 적고 일상복귀가 빠르다.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전립선암이 2024년 기준 국내 남성암 1위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번 1000례 달성이 단일공 로봇수술의 안정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 환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환자 상태와 수술 난이도에 맞춘 최적화된 진료를 제공하여 국내외 환자들에게 최신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