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3회 임방울국악제에서 소리꾼 김정훈(32)씨가 판소리 명창부 대상을 차지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는 2009년 박평민 이후 16년 만에 배출된 남성 대상 수상자로, 올해 유일한 남성 명창부 본선 진출자이기도 했다.
15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본선에서 김씨는 심청가 중 '배의 밤이' 대목을 선보이며 심사위원들로부터 98.8점의 고득점을 획득했다. 특히 한 심사위원으로부터는 만점인 100점을 받아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인당수로 향하는 배 안에서 심청이가 주변 정경을 바라보는 이 대목은 고도의 감정 표현력과 숙련된 기법이 필요한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다.
국악계에서 남성 명창은 매우 드문 존재다. 판소리는 성별과 무관하게 상청부터 하청까지 다양한 음역을 소화해야 하는데, 남성의 경우 사춘기 변성기가 심해 음역 유지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이런 난관을 겪었다. 광주 동구 출생인 그는 10살 때부터 심청가 이수자 박지윤을 스승으로 모시며 국악 길에 들어섰다.
광주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거치며 소리에 매진했던 김씨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23세에 군 복무를 마친 후 뒤늦은 변성기가 심하게 나타나면서 소리로 이어가던 생계에 막막함을 느꼈다. 한때는 소리를 포기할 생각으로 인테리어 업체에서 6개월간 일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판소리에 대한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시 소리 길로 돌아온 김씨는 자신만의 음성을 새롭게 다듬어갔다. 임방울국악제와도 인연이 깊어 2018년 제26회 대회에서는 일반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작년에는 명창부 준우수상을 거머쥐었다. 현재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소속으로 활동하며 2017년 국립국악원 창극 '그네를 탄 춘향'에서 몽룡 역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 명창부 최우수상인 방일영상은 김소진(37)씨가 수상했다. 7세 때 '예쁜 어린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을 계기로 국악과 인연을 맺은 김소진씨는 서울대 국악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창작 판소리 분야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시 주최로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이번 국악제에는 총 338개 팀이 참가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애환을 소리로 위로했던 임방울 명창의 예술 정신을 기리는 이 축제는 72명의 수상자에게 총 1억879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올해는 특히 최고상인 임방울 대상의 상금을 기존보다 1000만원 올린 5000만원으로 책정해 국악계 대회 중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현재 7개월 된 딸을 둔 아버지인 김정훈씨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판소리로 태교를 하며 준비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듯하다"며 "이번 수상을 발판으로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자신을 잘 아는 예술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