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뼈마름' 추구하는 청소년들, 우울증·자살 위험까지 증가"

2025.09.21
"SNS 속 뼈마름 추구하는 청소년들, 우울증·자살 위험까지 증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되는 극단적 마름 선호 현상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연예인과 같은 극도로 마른 체형을 동경하며 식사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다이어트를 넘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신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거식증 치료를 받은 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4.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청소년 환자가 1만1885명으로 남성 2525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성별에 따른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통계에서는 최근 5년간 10세 미만 어린이 수천 명이 관련 질환으로 치료받았으며, 심지어 5세 미만 유아까지 치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치료 의뢰 건수 17만6000건 중 상당수가 아동·청소년이었다는 점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내 실태조사 결과도 우려스럽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조사에서 12-17세 청소년의 2.3%가 평생 한 번은 관련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6-11세 어린이도 1.0%의 유병률을 보였다. 이는 각각 100명 중 2명,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음식 섭취 행동 이상으로 정의되는 이 질환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음식을 극도로 제한하여 급격한 체중 감소를 보이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이고, 둘째는 폭식 후 의도적 구토나 약물 남용을 반복하는 신경성 대식증이다. 표준 체중의 80% 미만이거나 체질량지수가 17 이하일 경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특성상 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 동료 집단 내 경쟁 압력,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완벽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이 청소년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것이 단순한 식생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존감 하락, 우울감, 불안감 등 정신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극심한 경우 자해나 자살 충동까지 이어질 위험성도 있어 조기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진 교수는 "음식 섭취 문제를 넘어서 청소년기 정신건강과 직결되는 질환이므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성인기까지 지속되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청소년 본인이 자신의 감정과 신체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즉시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료 과정에서는 영양 상태 개선을 위한 단계적 식사량 증가, 규칙적인 생활 패턴 확립, 행동 수정 프로그램 등이 병행된다. 심각한 합병증이나 영양 결핍 상태라면 입원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식습관 변화와 체중 집착 정도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예방과 조기 발견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