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소장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 유물은 조선 말기 고종황제가 미국인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에게 증여한 것으로 전해지는 전통 목가구다.
해당 삼층장은 아펜젤러 가문이 4대에 걸쳐 소중히 보존해오다가, 2022년 그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여사가 조상의 업적을 기리며 안정적 보존을 위해 박물관에 기증했다. 크롬 여사는 아펜젤러의 둘째 딸 아이다의 손녀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말 제작된 이 가구는 가로 114.9cm, 세로 54.6cm, 높이 180.3cm의 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소나무와 나전, 금속 재료로 구성되었으며, 검은 옻칠 바탕 위에 오색 자개를 정교하게 상감했다. 전면과 좌우 측면에는 산수문과 산수인물문을 중심으로 문자, 화훼, 과실, 거북등 무늬 등 다채로운 나전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전면의 6개 문짝 내부에는 괴석화훼도가 밝고 화사한 색채로 그려져 있어 회화와 공예의 조화로운 결합을 보여준다. 상부 천판의 돌출 부분을 극도로 줄이고 전면 구조를 평판처럼 가공한 것은 통영 지역 특유의 제작 기법을 잘 나타낸다.
삼층장은 1800년대 이후 왕실과 귀족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생활용품으로, 왕족 자녀들의 혼인이나 독립 시 필수적으로 마련하던 가구였다. 끊음질과 주름질 등 전통 나전 기술이 종합적으로 적용되어 전통 가구 연구의 귀중한 학술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구 선교사들 간의 외교적 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물적 증거"라며 "동일한 규모와 제작 방식을 보유한 삼층장이 국내외적으로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탁월한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가유산청은 전북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숲도 천연기념물로 동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삼태천을 따라 800m에 이르는 이 숲은 국내 최대 왕버들 서식지로, 높이 10m 이상, 둘레 3m를 넘는 왕버들 거목 95그루를 포함해 총 224그루의 다양한 수종이 장엄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