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기적의 체중감량법'으로 각광받았던 '애플 사이다 비니거(사과 초모 식초)' 다이어트의 핵심 과학적 근거가 완전히 허물어졌다.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에 게재되어 전 지구적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관련 연구 논문이 데이터 신뢰성 문제로 최근 공식 철회된 것이다.
영국의학저널(BMJ) 출판사는 자사 학술지 'BMJ 영양·예방 및 건강'에 작년 3월 발표되었던 레바논 성령대학교 연구팀의 애사비 관련 임상시험 연구를 전격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과체중과 비만 상태인 12~25세 참가자 12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실시된 실험을 토대로, 매일 소량의 애사비를 섭취할 경우 최대 8킬로그램까지 체중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내용이다.
당초 이 연구 결과는 BBC, CNN, 가디언 등 국제 주요 언론매체들의 집중 보도를 받으며 전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방송인들이 너도나도 애사비를 섭취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관련 제품들이 온라인 쇼핑몰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하는 등 엄청난 다이어트 트렌드를 형성했다.
그러나 논문 발표 초기부터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구 방법론과 통계 처리 과정에 대한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120명이라는 소규모 표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극적인 결과값들과 임상시험 사전 등록 누락 등 기본적인 연구 윤리 위반 사항들이 지적되었다.
이에 BMJ 측은 자체 검증 작업에 착수했고, 외부 통계 전문가들에게 원본 데이터 분석을 의뢰했다. 조사 과정에서 연구진이 제공한 원자료로는 논문에 기재된 실험 결과를 전혀 재현할 수 없었으며, 참가자들의 무작위 배치도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통계치들과 다양한 분석상의 오류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헬렌 맥도널드 BMJ 출판윤리 담당 편집장은 "간편하고 효과적인 체중감량 보조제처럼 보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해당 연구의 신뢰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언론매체나 다른 연구자들이 이 논문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활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했던 레바논 과학자들은 '순수한 실수에서 비롯된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논문 철회 결정에 동의했다. 한편 영양학 전문가들은 애사비를 포함한 각종 발효식초의 건강 효과 주장들 역시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과장된 효능을 맹신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