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객들 기립박수로 환호한 부산시향…독일에서 'K-클래식' 위력 증명

2025.09.24
유럽 관객들 기립박수로 환호한 부산시향…독일에서 K-클래식 위력 증명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독일 베를린에서 펼친 첫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며 28년 만의 아시아 밖 해외 무대에서 'K-클래식'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의 지휘 아래 선보인 연주는 현지 청중들로부터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한국 교향악단의 수준 높은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23일 오후 8시(독일 현지시각) 세계 클래식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베를린 필하모니 메인 오디토리엄에서 부산시향의 연주회가 개최됐다. 이 공연은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마지막 무대였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부산시향은 유럽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제인 이 축제의 중심 무대에 선 최초의 아시아 오케스트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박영희 작곡가의 '소리'(1980)와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2023),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올리비에 메시앙의 명상적 교향곡 '승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7번이 포함됐다. 특히 피아니스트 벤김과 협연한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객석의 열광적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은 자연스러운 호흡과 깊이 있는 감동을 전달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재독 작곡가 박영희의 작품들이었다. '소리'는 현대음악 특유의 불협화음 속에서도 생명력과 역동성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198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신선함을 보여줬다. 부산시향은 이러한 복잡한 음악적 특성들을 정교하게 구현해내며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장에는 1800여 명의 관객이 몰렸으며, 올해 80세를 맞은 박영희 작곡가가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무직페스트 베를린과 뮌헨 무지카 비바의 예술감독을 겸임하는 빈리히 호프는 공연 전 직접 박영희 작곡가를 청중에게 소개하며 극진한 예우를 표했다. 임상범 주독일대사가 객석의 박영희 작곡가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자 전체 관객이 일어나 3분 이상 지속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영희 작곡가는 "이것은 단순한 '기분'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정말 대단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작은 나라 한국이 이처럼 큰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것은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빈리히 호프 예술감독은 공연 후 "판타스틱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홍석원 지휘자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어 부산과의 교류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축제는 다양성의 가치를 실천하며, 이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향은 25일 뮌헨으로 이동해 '무지카 비바'에서도 무대에 선다. 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이사는 "부산시향의 뮌헨 무지카 비바 공연은 2025/2026 시즌 개막공연"이라며 "세계적 명성의 두 축제에서 폐막과 개막 공연을 담당하는 것은 부산시향과 국내 클래식계 모두에게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석원 지휘자는 "단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만족감을 표현했고, 백승현 부지휘자는 "세계 음악계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은 페스티벌에서 단원들이 훌륭하게 준비한 덕분에 성공적인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연 종료 후 호프 예술감독은 예정에 없던 리셉션을 부산시향 단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