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고위험층 고령자, "고면역 백신 우선 접종 권고" 의료진 강조

2025.09.24
독감 고위험층 고령자, "고면역 백신 우선 접종 권고" 의료진 강조

무더위가 물러가고 일교차가 벌어지면서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면역력 저하와 기저질환으로 인해 감염 시 중증화 및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폐렴을 유발할 뿐 아니라 급성 허혈성 심질환 악화나 뇌졸중 발생 위험도 증가시킨다"며 "65세 이상에서는 입원율과 사망률을 현저히 높이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유행기에는 발열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감염자로 판명되며, 이 기간 입원하는 폐렴 환자 중 상당 부분이 고령층으로 확인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내 병원체 감시 결과를 통한 2024~2025 절기 독감 바이러스 유행 특성 분석'에 따르면, 지난 절기 독감 유행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장년층과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하는 등 유행 범위가 확산됐다.

정부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표준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국내 HIMM 연구에 따르면 백신 균주와 실제 유행 균주가 일치할 경우 젊은 성인은 50~80%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50%에도 미달했다. 최근 국내 데이터에서는 고령층의 백신 효과성이 13.5%에 그쳐 전 연령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계의 주요 원인은 면역 노화다. 40세 이후 흉선 위축으로 T세포 생성이 감소하고, B세포·수지상세포 기능도 저하되면서 항체 생성 능력이 떨어진다. 65세 이상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다.

의료계는 이를 보완할 대안으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ザ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면역증강제 'MF59'를 포함한 면역증강 백신과 고용량 백신이 대표적이다. 면역증강 백신은 항원제시세포를 활성화해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며, 예방 효과도 더 오래 지속된다.

송 교수는 "기존 표준 백신은 접종 후 한 달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하지만, 면역증강 백신은 효과가 장기간 유지된다"며 "고령층에서 중증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도 2023년 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고면역원성 백신 우선 접종을 권고했고, 2025년에는 고형 장기 이식 환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투석을 받는 만성 신부전 환자 역시 면역증강 백신 접종군에서 항체 반응률이 20~30% 더 높게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은 이미 고면역원성 백신을 NIP에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예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사노피 한국법인은 2025~2026 절기를 맞아 3가 독감 백신 '박씨그리프주'와 고용량 독감 백신 '에플루엘다프리필드시린지'의 전국 공급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량 백신은 표준용량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해 24~51% 더 높은 예방효과와 폐렴 및 독감 관련 입원율 64%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 교수는 "경제성을 평가해보면 접종 비용은 표준 백신보다 높지만 감염자와 입원, 사망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며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 습득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