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사망부터 신고까지…보호자를 위한 완전한 장례절차 안내서

2025.09.20
반려견 사망부터 신고까지…보호자를 위한 완전한 장례절차 안내서

20대 회사원 박모씨는 최근 18년을 함께한 반려견 '코코'를 갑작스럽게 잃었다. 건강했던 코코가 자궁축농증으로 치료 3일 만에 세상을 떠나자, 박씨는 정신적 충격과 더불어 장례 준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코가 항상 건강해서 이별 준비는 상상도 못했다. 장례절차나 비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정보 수집과 장례 진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정작 코코를 추모하는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령견을 돌보는 가정에서는 미리 장례절차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춰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박씨처럼 실질적인 애도 과정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핵심 사항만 미리 알아둔다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과정이다.

반려견이 숨을 거둔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망 확인이다. 동물자유연대 김소희 수의사는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의료진이 처리해주지만 가정에서 사망했을 때는 보호자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사전에 확인법과 처리방법을 익혀두면 마지막 순간을 잘 정리하고 마음의 정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망 확인은 심장박동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가슴 부위를 만져서 심장이 멈췄다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경과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대소변이 배출되는 것도 사망의 징후 중 하나다.

사망을 확인했다면 기본적인 처리를 해준다. 김 수의사는 "사망한 반려동물의 몸을 가볍게 눌러 잔여 배설물을 제거해준다"며 "장례업체로 이송하기 전 소중했던 가족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과정"이라고 했다. 생전 질환이 있었거나 배설물이 남아있던 경우 출혈이나 잔여물 유출이 있을 수 있어 깨끗한 솜이나 휴지로 항문을 막아주는 것도 좋다.

반려견이 눈을 뜬 채로 세상을 떠난 경우 "편안히 눈 감지도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하지만 동물은 사망 시 기본적으로 눈을 감지 않는다. 김 수의사는 "눈을 감겨주고 싶다면 사후경직이 시작되기 전인 사망 1-2시간 내에 눈꺼풀을 내리거나 의료용 접착제를 활용해 눈을 감게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사후경직이 진행되면 놓인 자세대로 몸이 굳어지므로 부드러운 방석이나 이불을 받쳐두는 것이 좋다.

당일 장례가 힘들다면 부패 방지에 주의해야 한다.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2시간이 지나면 부패가 가속화될 수 있다. 최대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부패를 늦출 수 있다. 아이스팩으로 온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사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사체 이동 시에는 외부 충격을 조심해야 한다. 강한 충격을 받으면 반려동물의 뼈가 부러질 위험이 있다. 완충 역할을 하는 부드러운 이불로 감싸거나 상자에 담아 옮기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기본 처리가 끝나면 장례식장을 찾아야 한다. 간혹 근처 산에 반려동물을 매장하는 보호자들이 있지만, 이는 현행 폐기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다. 종량제봉투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랜 기간 함께한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기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대부분 장묘업체에서 화장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때 반드시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라 '동물장묘업' 허가를 받은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반려동물 화장을 원하는 보호자는 e동물장례정보포털과 한국동물장례협회에서 합법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 허가받은 업체에서는 장례확인서 발급도 가능하다.

무허가 업체는 사체를 불법으로 처리하거나 소각할 위험이 있고 위생·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 동의 없이 합동 화장을 하거나 소중한 반려동물의 유골이 바뀌는 등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 중개업체가 불법 업체를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허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반려동물 장례비용은 기본적으로 체중에 따라 구분된다. 5kg 미만 소형견은 통상 20만-3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대형견의 경우 50만-120만원으로 가격대가 다양해 여러 곳을 비교해보는 것이 유리하다.

장례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을 알아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반려동물 장례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 거주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이 대상이며, 반려동물당 5만원만 부담하면 추모예식과 화장 등 기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강원 원주시는 3월부터 관련 사업을 운영 중이다. 원주시 거주 사회적 약자에 한해 시내 허가받은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신청자 1인당 연 20만원 한도로 반려동물 진료비 또는 장례비를 지원받는다. 부산 해운대구도 1월부터 해당 사업을 진행해 해운대구 거주 사회적 약자에게 1인당 최대 15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장례 당일에는 반려동물을 기억할 만한 물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추모실에서 따뜻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진 10장 정도를 권한다. 장례지도사에게 전달하면 추모실 스크린에 띄워 가족들과 함께 추억할 수 있다. 생전 좋아했던 간식·사료·장난감·옷 등을 가져가는 것도 좋다. 업체 규정에 따라 소량의 간식이나 의류를 함께 화장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충분한 애도 시간을 가진 후에는 동물등록 말소신고를 해야 한다. 사망 30일 이내에 정부24·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온라인 신청하거나 지자체·동물병원에 직접 방문해 신고할 수 있다. 동물등록증, 동물등록 변경신고서, 폐사 증명서류, 보호자 신분증이 필요하다. 기간 내 신고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에도 남은 보호자는 지속적인 슬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사별로 인한 슬픔이 오래 지속될 경우 펫로스 증후군, 나아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잘 준비된 장례와 충분한 애도는 이후 일상이 무너지는 과도한 슬픔을 예방하고 건강한 이별을 돕는 과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