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예측 역사와 50억년 후까지 내다본 거대한 전망

2025.09.20
인류의 미래 예측 역사와 50억년 후까지 내다본 거대한 전망

불확실한 내일을 두려워하면서도 항상 궁금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을 뛰어넘어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수적 요소였다. 138억년 우주사를 그려낸 '빅 히스토리'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이번에는 미래를 조망하는 '빅 퓨처'를 통해 인류의 미래 사고 방식과 앞으로 펼쳐질 운명을 탐구했다.

인간만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도 영양분이 부족해질 때를 대비해 효소 생산을 조절하고, 파리지옥은 단기 기억을 활용해 사냥 시점을 결정하며, 애기장대는 장기 기억으로 온도 변화를 감지해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 모든 생명체는 나름의 정교한 미래 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를 세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대의 미래 예측 방식을 분석한다. 호모 사피엔스 출현 후 1만년 전까지의 기초 시대에는 과거와 미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고대인들은 자연을 순환적으로 이해했으며,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영적 힘이 세상에 가득하다고 여겼다.

농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농업 발달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며 사회 구조가 복잡해졌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예측의 필요성도 커졌다. 도시와 국가가 등장하면서 대규모 미래 계획이 중요해졌고, 점술과 예언, 신탁 등이 널리 활용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과학과 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화가 진행되고 공통 시간 체계가 확립되었다. 기술은 인류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농경 시대의 점술 대신 데이터 수집과 통계, 컴퓨터를 활용한 과학적 예측이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미래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세기 동안 에너지 사용량은 수배 증가했고, 1800년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0배 이상 늘어났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같은 혁신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지만, 10년 후조차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자는 100년 후 인류의 모습을 '붕괴', '축소', '지속가능', '성장'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토비 오드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0년 내 자연재해, 핵전쟁, 기후 변화, 팬데믹, AI 등으로 인한 실존적 위험 가능성은 6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중간 미래인 수천년에서 수백만년 후에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술과 나노 기술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사이보그나 트랜스휴먼이 탄생하고,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마존 CEO였던 제프 베이조스가 예견한 것처럼 모든 중공업과 오염 산업을 우주로 옮기는 일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수십억년 후의 원거리 미래에 대한 예측은 더욱 장대하다. 2억년 후에는 지구의 대륙들이 하나로 합쳐져 초대륙을 형성하고, 10억년 후에는 태양열 증가로 생명체에 재앙이 닥칠 것이며, 50억년 후에는 태양이 소멸하면서 우리 은하와 인근 은하들이 거대한 초은하로 통합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미래가 극단적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완전한 붕괴나 완벽한 유토피아 대신 여러 요소가 결합된 형태가 실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협력이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 기업 간의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을 통한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인류가 탄생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해왔는지 추적한 미래 사고의 역사이자, 근미래부터 50억년 후까지를 아우르는 거대한 미래 지도라 할 수 있다. 팬데믹과 인공지능 시대를 경험한 인류에게 닥칠 미래가 희망적인 유토피아일지 암울한 디스토피아일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