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5인조 인디밴드 '슈퍼등산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신곡 '산보'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해당 악곡이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대표작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현저히 닮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논란의 발단은 유튜브 공개 직후부터 시작됐다. 음악 애호가들은 도입부부터 전개 과정까지 김광석의 1994년 발표곡과 극도로 흡사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드럼으로 구성된 첫 4마디 선율이 원곡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내외 네티즌들의 비판이 격화되자, 밴드 측은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지적을 받은 뒤 처음으로 김광석 씨의 작품을 접했으며, 저희 역시 충격적일 정도로 일부 선율이 유사함을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의도적 모방은 강력히 부정했다. 작곡자인 멤버 오다 토모유키는 "제작 과정에서 해당 명곡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자연 속 산행을 형상화하며 만든 선율이 우연히 비슷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한된 음계와 화성 진행에서 의도치 않은 유사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2023년 나고야에서 창단된 이 그룹은 산악 지대에서의 라이브 공연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해에는 해발 2832m 하쿠바산소에서 화제의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국 음악팬들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번안곡 수준의 일치도", "복사-붙여넣기를 연상케 한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김광석은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전설적 아티스트인데 모를 리 없다"는 반박이 나온다.
밴드는 후속 입장에서 "이번 기회로 한국의 훌륭한 음악유산을 접하게 됐으며, 음악이 지닌 초국경적 연결력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광석 씨의 작품에 대한 경의를 품고 향후 더욱 세심하게 작업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의 생전 마지막 정규앨범인 4집 수록곡으로, 방송 프로그램 주제가 제작 의뢰를 계기로 탄생했다. 이후 제이레빗, 정은지 등 후배 음악인들의 재해석과 각종 드라마 삽입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아왔다. 31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음악적 유산 중에서도 특히 의미 깊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