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군산 재즈클럽 '머디'에서의 생생한 공연을 담은 첫 라이브 앨범 〈말로 라이브 앳 머디〉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그의 10번째 정규작품이자 첫 라이브 음반으로, 지난해 5월 말 전북 군산의 재즈클럽에서 펼쳐진 특별한 공연 실황을 고스란히 수록했다.
음반 제작의 배경에는 이주엽 JNH뮤직 대표의 제안이 있었다. 2002년부터 음악적 파트너십을 이어온 두 사람의 협업은 2003년 3집 〈벚꽃 지다〉로 결실을 맺으며 한국 재즈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엽 대표는 "23년간 지켜본 말로의 라이브가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휘발되는 공연을 기록물로 남기자"고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녹음 장소 선정 과정에서는 그래미 수상자인 마스터링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소극장이나 중극장을 고려하던 중 "재즈는 클럽이죠"라는 그의 한마디가 방향을 바꿨다. 재즈 피아노 전공자에서 이탈리안 셰프로 진로를 바꾼 송성진 머디 대표와의 인연도 장소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가 10년 이상 운영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야외 공연에서 시작된 인연이 2019년 머디 개장으로 이어졌고, 말로가 착공 기념 특별공연을 맡았던 의미 있는 장소였다.
무대와 관객석 구분이 거의 없는 머디의 특성상 사운드 문제 해결이 관건이었다. 황병준 대표가 녹음과 마스터링을, 윤정오 엔지니어가 현장 사운드와 믹싱을 담당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틀간의 공연이 1시간 29분 분량의 앨범으로 압축되어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수록곡은 앙코르 한 곡을 제외하면 모두 재즈 스탠더드로 구성됐다. 스윙부터 라틴, 블루스,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며, 가사 없는 스캣 곡 세 곡도 포함되어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 서정민갑은 "보사노바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는 1시간 29분의 음반을 통해 말로의 풍부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말로의 재즈 여정은 경희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 우연히 들은 재즈 음악에서 시작됐다. "외계인의 언어 같다"고 표현할 만큼 충격적이었던 그 경험이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19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 수상 후 버클리 음대에서 본격적인 재즈 교육을 받았다. 1996년 귀국 후 재즈클럽에서 선보인 스캣 연주는 당시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연주 기법이어서 '스캣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9월 2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릴 단독 콘서트 '퍼펙트 모멘트'는 9년 만의 대형 공연이다. 오랜 호흡을 맞춰온 이명건, 황이현, 정영준, 이도헌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9월 15일에는 서울 광화문에 재즈클럽 야누스를 재개장하며, 매주 목요일 정기공연과 일반인 참여형 '잼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누구나 한 곡만 연습해와서 무대에 설 수 있다면, 그것이 재즈 대중화의 시작"이라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기획이다.
한편 다음 달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는 세계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이 2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토머스 모건, 루디 로이스턴과 함께하는 트리오 공연에서 그는 "세트리스트 없는 100% 즉흥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74세의 거장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때로는 실수가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길을 열어준다"고 재즈의 본질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