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여파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전례 없는 방문객 증가세를 보이며 세계 주요 박물관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4일 올해 8월 기준 박물관 기념품 판매액이 52억 7600만원을 기록해 작년 동월 21억 4200만원 대비 2.5배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6월 개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갓, 호랑이, 한복 등 우리나라 전통 문화 요소를 소재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K-컬처 바람을 타고 8월까지 누적 방문객이 432만 8979명에 달해 전년 같은 시기보다 77.5% 늘어났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650만명이 박물관을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글로벌 박물관 순위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874만명으로 선두를 차지했고, 바티칸박물관 683만명, 런던 대영박물관 648만명이 그 뒤를 따랐다. 650만명 달성 시 국립중앙박물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573만명)과 런던 테이트모던박물관(460만명)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르게 된다.
박물관의 인기 상승은 단순한 관람객 증가를 넘어선다.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2023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박물관 굿즈 '뮷즈'가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특히 '사유의 방'과 '외규장각 의궤실' 같은 새로운 전시 공간들이 소셜미디어 인증 장소로도 각광받으며 젊은 세대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정림건축이 설계한 현 박물관 건물이 '벽'이라는 개념을 통해 초월성과 영원함을 표현했다고 평가한다. 1994년 국제현상설계 당선작인 이 건물은 용산 부지에 깊이 뿌리내린 우직한 모습으로 설계되었으며, 중앙의 '열린마당'을 통해 남산과 연결되는 시각적 축을 형성한다.
김교흥 위원장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뷰티, 음식,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산되어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며 "650만 관람객 시대에 대비해 기념품샵 확장과 어린이박물관 신축 등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과가 지방 국립박물관으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여, 경주, 공주 등 지역 박물관들도 금동대향로, 성덕대왕 신종 등 세계적 수준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어 전시 방식 개선을 통해 더 큰 감동을 선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