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인도네시아 포괄적 무역협정 최종 타결…10년 협상 마무리로 관세 장벽 해소

2025.09.23
EU-인도네시아 포괄적 무역협정 최종 타결…10년 협상 마무리로 관세 장벽 해소

유럽연합과 인도네시아가 대부분의 교역품목에서 무관세를 실현하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최종적으로 체결했다고 현지시각 23일 발표됐다. 이번 합의는 2016년부터 시작된 10여년간의 장기협상 끝에 이뤄진 성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한 공급망 분산전략의 핵심축으로 평가된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통상·경제보안 담당 집행위원은 언론과의 면담에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지역 최대 규모의 경제체로서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시장 규모를 모두 합친 것을 능가하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의 교역량은 그 잠재력에 크게 못 미쳤다"며 "이제 거대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협정 발효와 함께 양국 간 교역되는 전체 품목의 96%에 달하는 상품들이 5년 이내에 완전 무관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특히 유럽산 승용차에 적용되던 50%의 높은 세율은 5년 안에 완전히 사라지며, 각종 기계류와 전자제품에 부과되던 30% 관세도 조속히 영세율로 전환될 예정이다. 아울러 유럽발 화학제품 수출 시 복잡했던 인증 절차들이 대폭 간소화되고, 농업 및 식품 분야에서도 상당한 시장접근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유럽의 대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최소 30% 이상, 금액으로는 약 30억 유로 규모의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유럽 수출기업들의 관세부담 경감액만으로도 연간 6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료 수출제한 정책은 현행 그대로 유지되기로 합의됐으며, 쌀과 설탕, 바나나 등 양측의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체계를 보존하고 할당량 방식으로 시장개방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문은 향후 법적 검토과정을 거쳐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후 양측의 공식 서명과 각국 의회 비준절차를 완료해야 실제 시행에 들어간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맞서 교역선 다변화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을 포함한 남미 메르코수르 블록과의 협상은 이미 완료했으며,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주요국들과의 통상협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현재 유럽연합은 인도네시아에게 다섯 번째 교역 파트너이며, 양국 간 연간 교역규모는 작년 기준 301억 달러를 기록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유럽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파트너십 확장과 교역 다각화를 약속했다"며 "이번 협정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기업들과 농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