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발생한 태풍 중 최강 세력으로 발달한 제18호 태풍 '라가사'가 중국 남부 지역을 향해 북상하면서 피해 예상 지역 국가들이 전방위적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필리핀어로 '신속한 움직임'을 뜻하는 이 태풍은 현재 허리케인 4등급에 해당하는 슈퍼 태풍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23일 라가사가 현재 광둥성 양강시 남동쪽 약 750km 해상에서 시속 20~25km로 서북쪽을 향해 이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태풍 중심부의 기압은 910hPa이며, 최대 풍속은 초속 62m(시속 약 230km)에 달하고 있다. 강풍 영향권은 반경 340~480km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 당국은 라가사가 24일 오전부터 저녁 시간대 사이 광둥성 후이저우와 하이난성 원창 일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상륙 당시 풍속은 14~16급인 초속 45~52m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강력' 또는 '초강력' 단계에 해당한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 40만명에 대한 사전 대피계획을 발표했다. 당국은 또한 ▲업무 중단 ▲영업 중단 ▲시장 폐쇄 ▲교통 중단 ▲수업 중단 등 5개 분야의 전면적 중단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태풍 경보를 기존 황색에서 주황색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단계인 적색 경보 발령도 검토 중이다.
홍콩 당국은 태풍의 직접적 영향에 대비해 23일 오후 6시부터 25일 오전 6시까지 총 36시간 동안 홍콩국제공항의 모든 여객기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약 700편의 항공기가 결항될 예정이며, 이는 최근 들어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는 공항 폐쇄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전역의 모든 학교에도 이틀간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필리핀에서는 태풍이 루손 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이미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국은 수도 마닐라를 포함한 29개 주에서 정부 업무와 학교 수업을 전면 중단했으며, 1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학교와 대피소로 긴급 피난을 완료했다. 필리핀 기상청은 북부 루손 지역에서 심각한 수해와 토사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만 기상청도 헝춘반도와 타이둥·핑둥 등 동부 지역에 태풍 경보를 발령했다. 일부 산악 지역에서는 최대 600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예보되어 주민 대피가 진행되고 있다.
태풍 접근 소식에 홍콩과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 슈퍼마켓들에는 긴 대기줄이 형성되었고, 신선식품의 경우 평상시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한편 제19호 태풍 '너구리'도 동시에 초강력 태풍으로 발전했지만, 일본 동쪽 해상에서 갈지자 형태로 움직이고 있어 당분간 일본 동남동쪽 먼 바다를 맴돌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북쪽 대륙에서 남하하는 차가운 공기의 영향으로 두 태풍 모두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