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명 허용률 과다로 해임" 한국계 최초 이민판사 전격 면직

2025.09.19
美 "망명 허용률 과다로 해임" 한국계 최초 이민판사 전격 면직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연방 이민법원 판사에 오른 김광수(데이비드 김) 판사가 지난 4일 재판 진행 중 갑작스럽게 면직 통보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 이민법원에서 근무하던 김 판사는 망명 사건 심리를 진행하던 오후 3시15분경 컴퓨터 화면에 뜬 '해고 통보' 이메일을 확인한 후 즉시 재판을 중단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법무부 이민심사국에서 발송된 통보 메일은 단 세 줄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헌법 제2조에 따른 대통령의 행정부 인사권한을 근거로 당일부터 판사직 해제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면직 사유나 설명은 일체 포함되지 않았다. 김 판사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미 다수의 동료 판사들이 연쇄적으로 해고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김 판사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망명 승인률이 면직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라큐스대 연구기관 자료에 따르면 김 판사의 망명 인용률은 96.9%로, 뉴욕 이민법원 평균 승인률 65.2%를 크게 상회했다. 반면 거부율은 3.2%에 그쳐 동료 판사들의 평균 기각률 34.8%와 현저한 대조를 보였다.

김 판사는 자신의 높은 승인률에 대해 "변호사의 부실한 업무 수행을 용납하지 않고 보완을 요구하는 재판 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방 판결은 개인이 아닌 가족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변호사들에게는 서류 보완이나 추가 자료 제출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1983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16세의 나이로 미국에 온 김 판사는 감리교 목사였던 아버지가 박정희 정권 시절 정치적 탄압을 받아 수감된 후 가족과 함께 이민길에 올랐다. 그는 "친구들이 '미국에서 성공해서 우리를 잊지 말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악착같이 공부했다"며 "이민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고 회고했다.

김 판사 외에도 스페인 출신 이민자인 카르멘 마리아 레이 칼다스 판사가 지난달 동일한 방식으로 면직됐다. 칼다스 판사는 2022년 트럼프 1기 정부의 이민세관단속국 활동을 공개 비판해 보수층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해고되거나 조기퇴직한 이민 판사 수는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와 관련해 김 판사는 "언론 보도만으로도 ICE의 협박성 구금 등 절차상 명백한 문제점이 보인다"며 "이들은 정착이 목적이 아닌 전문 기술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00여 명의 피해자를 위해서는 집단소송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며 "필요시 외국인 불법행위 청구법을 활용한 법적 구제에 협력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370만 건이 넘게 적체된 이민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수백 명의 군사법원 판사를 이민법원으로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김 판사는 "연방 이민법원 판사를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행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40년 넘는 경력에서 처음 맞는 해고"라며 "지금의 미국은 제가 도착했던 16세 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위대한 나라이며 정의와 민주주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