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 연구진이 흑소에 얼룩말과 같은 흰색 줄무늬를 칠해 흡혈곤충의 접근을 현저히 줄이는 효과를 입증해 제35회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획득했다고 19일 발표됐다. 18일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발표된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19년 연속 이그노벨상 수상 기록을 이어갔다.
고지마 도모키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아이치현 농업종합시험장과 교토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검은 털을 가진 소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관찰했다. 흰색 무독성 스프레이로 4-5센티미터 간격의 얼룩무늬를 그린 소, 검은색 도료만 칠한 소, 그리고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일반 소를 30분간 관찰한 결과가 놀라웠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 검은소에는 평균 129마리의 쇠파리와 말파리가 달라붙었고, 검은색 도료를 칠한 소에는 112마리가 접근했다. 반면 흰 줄무늬를 그린 소에는 56마리만이 붙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곤충을 쫓기 위해 머리를 흔들거나 발을 구르는 행동도 25퍼센트 가량 줄어들었다.
이 연구는 얼룩말의 줄무늬가 흡혈 곤충을 차단한다는 기존 가설에서 출발했다. 편광 효과로 인해 파리의 지각 능력이 저하되어 흑백 줄무늬 표면에 내려앉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고지마 연구원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던 중 우연히 접한 이 가설에 착안해 2016년경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축산업계에서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흡혈곤충에 시달리는 소는 체중 증가가 저조하고 젖량이 감소하며, 파리를 쫓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사료를 섭취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더욱이 이들 곤충은 소 전염성 림프종 등 각종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살충제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소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친환경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사용한 페인트가 수일 내에 지워지는 한계가 있어 지속성 있는 기술 개발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올해 이그노벨상에는 다른 흥미로운 연구들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독일, 네덜란드, 영국의 공동 연구팀은 보드카 한 잔이 외국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로 평화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토고의 무지개도마뱀이 4가지 치즈 피자를 극도로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혀 영양학상을 수상했다.
화학상은 테플론으로 알려진 PTFE 분말을 음식에 섞어 칼로리 증가 없이 포만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개발한 럿거스대학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쥐 실험에서 90일간 25퍼센트 PTFE를 섭취한 개체의 체중이 감소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상용화는 무산됐다.
소아과학상은 모친이 마늘을 섭취했을 때 모유의 맛 변화로 인해 아기가 더 오랜 시간 수유하게 된다는 연구가 차지했다. 항공학상은 이집트 과일박쥐에 에탄올을 투여해 비행 능력과 반향정위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을 관찰한 국제 연구팀이 받았다.
1991년 시작된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가 주관하며 "먼저 웃게 하고 이어서 생각하게 하는" 연구들을 선정한다. 시상식에서는 전통적으로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상자로 참여해 진지함과 유머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학정신을 보여준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고지마 연구원은 "축산 농가의 곤충 피해 상담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며 "언젠가는 더 쉽고 오래 지속되는 방법이 개발되기를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실험 당시부터 이그노벨상 수상을 꿈꿨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