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길 막혔어"…트럼프 차량통제에 걸어간 마크롱

2025.09.23
"당신 때문에 길 막혔어"…트럼프 차량통제에 걸어간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송차량으로 인한 도로봉쇄에 갇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었다.

이날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끝낸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대사관으로 이동하던 중 교차로에서 갑작스런 경찰 봉쇄선에 막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송차량 경로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현장 경찰관이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현재 모든 도로가 봉쇄된 상태입니다"라며 사과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트럼프 대통령 개인번호로 직접 연락했다.

통화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안녕하신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맞춰보시오. 트럼프, 당신 탓에 모든 도로가 막혀서 여기 서 있다"며 유쾌한 어조로 항의했다.

몇 분 후 봉쇄가 해제되었지만 차량통행은 여전히 금지되고 보행만 가능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 일행은 약 30분간 뉴욕 시가지를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이동 과정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통화를 나누었으며, 길에서 마주친 시민들의 사진촬영 요청에도 기꺼이 응하며 셀카를 찍어주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프랑스 매체 브뤼를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국 정상들이 모두 미국을 찾아온 것인데도 미국의 처사가 예의에 어긋난다"며 "정치적 견해를 떠나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숙한 유엔총회라는 외교무대에서 두 정상의 사적인 유대관계가 드러난 사례"라며 "뉴욕에 전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다루는 고위급 회의를 주관했다.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주최한 이 회의에서 유엔은 142개 회원국의 동의로 '뉴욕 선언'을 통과시켰다. 선언문에는 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추진,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규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 비난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