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신규 국가방위전략(NDS)에서 아시아 태평양 방어 범위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배경으로 지목된 '애치슨라인'이 부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달 말 새로운 NDS 초안을 완성해 행정부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그 내용 파악을 위해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이번 국방전략 문서는 4년마다 갱신되는 최고위급 안보 지침으로, 2018년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중점을 뒀던 이전 전략과는 다른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국 본토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수년간 중국 봉쇄에 집중했던 군사 임무의 우선순위가 자국 영토 수비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받은 초안에는 미 본토 보호를 핵심으로 하면서 동시에 동맹국들의 비용 부담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아시아 지역 방어선의 축소다. 현재 한국·일본·대만을 아우르는 방어체계가 최적의 선택지로 평가되며, 이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면 한국과 일본만을 포함하고 대만을 배제하거나, 일본과 대만만 남기고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들도 거론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는 일본만을 방어선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는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선언한 극동 방어선과 거의 동일하다. 당시 애치슨라인 발표 이후 북한이 한반도 침공 의지가 있다고 판단해 6월 25일 남침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유사한 상황의 재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기존 방어선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JD 밴스 부통령 등 해외 개입에 신중한 세력은 한국과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관여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미군의 한반도 방어 역할을 축소하는 구상이 정부 일각에서 논의된 바 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2기 아시아 전략의 설계자로 거론되는 앨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대만은 미국에게 중요하지만 실존적 이익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대비해 유럽 전략자산을 아시아로 집중해야 하지만, 미국의 역내 목표는 중국 헤게모니 억제이지 개별 국가에 대한 직접적 보호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정학적 사고 부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무역 불균형에는 격분하면서도 군사적 확장 저지에 대한 의지는 미약하다는 분석과 함께, 동맹국들이 연합해 방어선 후퇴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